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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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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면 바른 말이지> 프리뷰 - 간소하고 흥미로운 실험 간소하고 흥미로운 실험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윤성호, 김소형, 박동훈, 최하나, 송현주, 한인미 감독이 만든 단편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은 영화다. 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인 윤성호 감독은 각 단편의 감독에게 하나의 핸디캡을 제공했다. 그 핸디캡은 다음과 같다. 한 장소에서, 두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며, 촬영은 6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은 창작에 부자유를 낳는 한계일까? 결코 아니다. 무한한 자유에서 창의성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창의성은 대게 한계의 산물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가 언제나 기존 사회의 부자유의 연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이 내부의 생각을 재고하고 조정하는 계기로 작동한다. 기실 프로듀서 윤성호도 2021년 영상비평지 《..
<장기자랑> 프리뷰 - 4월의 하루쯤은 4월의 하루쯤은 아름답고도 잔인한 4월이 왔다. 잊을 수 없는 세월호라는 단어 앞에서 4월은 잔인하기만 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삶이 잔인하기만 하란 법은 없다. 이라는 다큐멘터리는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이야기를 다루며 무대를 만드는 이야기들을 풀어낸다. 만남부터 지금까지 매순간 쉽지는 않았던 순간들 속, 극단 가족들은 배역을 정하는 일로 다투기도 하고 사소한 오해들이 쌓여서 극단 연습에 오지 않기도 하고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기도 한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솔직하고 자연스러운 감정들은 피해자다움을 벗어나 다양하고 내밀한 일상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연극이라는 무대를 통해 내 아이와 함께 한다는 느낌은 가족들에게는 기쁨이자 괴로움이다. 그럼에도 그 무대를 포기하지 않고 마주하고 서로 위로를 주고 ..
<여섯 개의 밤> 프리뷰 - 레이오버 속 레이오버 레이오버 속 레이오버 영화는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시작된다. 하룻밤이 지나 비행기가 다시 이륙할 때까지의 여섯 개의 밤과, 세 개의 방과, 세 가지 관계와, 세 편의 사정이 담겨 있다. 옴니버스 형식의 세 에피소드는 각각 두 사람의 대화로 채워진다. 처음 만난 남녀인 선우와 수정, 결혼을 앞둔 연인인 규형과 지원, 수술을 위해 뉴욕에 가는 엄마 은실과 딸 유진. 우리는 그저 그들의 대화 속에서 각 인물이 가진 사연이나 쌓아온 갈등, 또는 삼키고 있던 감정을 발견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영화는 까다롭다. 인위적인 설명식의 대화가 아니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대화의 폭에서 관객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은 그런 부분에서 어색함이 없다. 무엇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