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하고 흥미로운 실험
〈말이야 바른 말이지〉는 윤성호, 김소형, 박동훈, 최하나, 송현주, 한인미 감독이 만든 단편을 옴니버스 형태로 묶은 영화다. 이 영화의 총괄 프로듀서인 윤성호 감독은 각 단편의 감독에게 하나의 핸디캡을 제공했다. 그 핸디캡은 다음과 같다. 한 장소에서, 두 명의 캐릭터가 등장하고, 소외되는 사람이 생기며, 촬영은 6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은 창작에 부자유를 낳는 한계일까?
결코 아니다. 무한한 자유에서 창의성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창의성은 대게 한계의 산물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가 언제나 기존 사회의 부자유의 연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이 내부의 생각을 재고하고 조정하는 계기로 작동한다. 기실 프로듀서 윤성호도 2021년 영상비평지 《마테리알》과의 대담에서 〈말이야 바른 말이지〉에 대해 이렇게 말한 적 있다.
“제가 드린 핸디캡이 알리바이가 되겠죠. 이분들한테는. ‘프로듀서가 저렇게 핸디캡을 많이 설정했는데 어떻게 대단한 걸 만들겠어,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어.’ 이런 식의 알리바이. 근데 그렇게 좁혀진 문이 오히려 창의력의 출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제약을 통해서 창의력과 공동체의 출구를 찾는 전략?” 내가 근자에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독립영화 같다’는 말이다. 물론 부정적인 말이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와 같은 시도가 귀한 이유가 여기 있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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