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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김나영 감독> 추천사 - 낮에 꾸는 꿈

낮에 꾸는 꿈

 

돌아보면 영화는 잠과 가까웠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 일컫듯 영화가 무엇보다 꿈과 닮았다고 말해져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를 꿈이라 말할 때, 사람들은 밤에 꾸는 꿈을 염두에 뒀을 것 같다. 밤의 꿈에서 우리는 일상의 지겨움과 결별하고 이루지 못한 소망을 성취하곤 한다. 그런데 잠은 꼭 밤에만 잘까? 꿈은 꼭 밤에만 꿀까?

 

시험 후의 두 주인공은 낮에 잠을 잔다.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에 삽입된 이창의 제임스 스튜어트도 얕은 잠에 빠져있다. 침대에 누워서가 아니라 책상에 엎드려서 혹은 의자에 앉아서, 그들은 낮잠을 자고 있다. 낮에 꾸는 꿈은 밤에 꾸는 꿈과 다르다. 밤의 꿈이 우리를 일상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다면, 낮에 꾸는 꿈은 일상 곁에 있다. 곁에 남은 꿈은 더 오래 머무르는 것 같고, 낮잠에서 깬 우리는 꿈에 대해 생각상기하는 게 아니라한다. 그 적당히 어둑한 곳에, 김나영의 영화가 있는 것 같다.

 

누군가 미술을 대낮의 사물로, 영화를 밤의 꿈으로 비유한 바 있다. 김나영의 영화는 대낮도 밤도 아닌 적당히 어둑한 곳에 있는 것 같다. 가령, 러닝 포토스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은 영화를 조합해 만든 비디오에세이다. 그러나 이 비디오에세이들이 오직 대낮, 그러니까 우리가 또렷한 정신을 갖고 있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을 영화에서 시선에 관한 에세이로 볼 수도 있지만 거기에는 더 많은 감정이 있고, 러닝 포토스를 달리기 장면으로 모은 대안적인 영화사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대안적 영화사 이전에 무엇보다 달리기로 다가온다. 김나영의 영화는 대낮에 꾸는 꿈같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