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을 희망
2004년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를 다룬 <송환>이 개봉했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이들 중에 사상을 전향하지 않아 장기간 복역한 이들을 비전향 장기수라고 부른다. 한참 후에 그 영화를 보게 되었고 남한에 비전향 장기수가 존재했다는 사실에서부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송환>은 1992년부터 그들을 담기 시작해 2000년 송환까지 지켜보면서 그들의 속내와 갈등을 깊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그렇게 비전향 장기수들이 송환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유는 상관없이 전향했다는 이유로 송환되지 못한 이들이 남한에 남았다. 고문 때문에 강제로 전향해야 했던 이들은 2001년 폭력에 의한 전향 무효 선언과 함께 2차 송환 운동을 시작한다. 영화 <2차 송환>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2차 송환>은 비전향 장기수 김영식 선생을 중심으로 2차 송환을 희망하는 이들의 삶을 오랜 시간 담았다. 1차 송환이 끝난 후 비전향 장기수들은 녹록지 않은 남한 생활에도 2차 송환을 고대하며 통일운동에 적극 참여한다. 남한에 북과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미국의 패권주의가 강력해질수록 큰 좌절에 빠지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는다. 존재 이유인 것처럼 오랜 시간 2차 송환을 요구하고 분단의 아픔을 사람들에게 알려 나가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삶에 새겨진 고통과 바람이 무엇인지 선명하게 다가온다. 오늘 하루에 파묻혀 잊고 지냈던 분단의 아픔이라는 과거, 이곳의 익숙함에 무뎌져 인지하지 못했던 분단으로 이방인이 된 채 살아가는 비전향 장기수들의 존재가 다가온다.
프리뷰에 다 담지 못할 만큼 의미 있는 장면, 고민해볼 이야기들이 많다. 1차 송환 이후 20여 년, 더 나아가 비전향 장기수 문제를 들여다보기 시작한 지 30여 년인 촬영 기간과 그만큼 깊어진 감독의 시선과 고민이 담겨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영화를 본 후 희망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러닝타임이 끝난 후에도 이어질 비전향 장기수들의 희망, 그 끝나지 않을 희망을 내 마음에도 담아간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조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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