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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여섯 개의 밤> 프리뷰 - 레이오버 속 레이오버

레이오버 속 레이오버

 

영화는 비행기가 불시착하며 시작된다. 하룻밤이 지나 비행기가 다시 이륙할 때까지의 여섯 개의 밤과, 세 개의 방과, 세 가지 관계와, 세 편의 사정이 담겨 있다. 옴니버스 형식의 세 에피소드는 각각 두 사람의 대화로 채워진다. 처음 만난 남녀인 선우와 수정, 결혼을 앞둔 연인인 규형과 지원, 수술을 위해 뉴욕에 가는 엄마 은실과 딸 유진. 우리는 그저 그들의 대화 속에서 각 인물이 가진 사연이나 쌓아온 갈등, 또는 삼키고 있던 감정을 발견하며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인물들 간의 대화로만 이루어진 영화는 까다롭다. 인위적인 설명식의 대화가 아니어야 하지만, 동시에 그 대화의 폭에서 관객들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어낼 수 있어야만 한다. <여섯 개의 밤>은 그런 부분에서 어색함이 없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말과 말 사이 생기는 정적의 순간들이다. 기분 좋고 설레면서도 어색함이 뒤섞인 탓에, 이전에 있던 어떤 갈등이 다시금 불거지고 있다는 걸 직감하게 되어서, 어떤 비밀을 무심결에 말해버리곤 느끼게 된 당혹감 때문에. 그 공백엔 대화가 이어질 때보다 더 큰 감정이 요동친다. 관객이 그 감정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면 그건 모두 앞선 대화들이 자연스레 녹아들었기 때문일 거다.

 

모든 여행은 여행자가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목적지가 있다.

어쩌면 여행은 인생과도 같다. 어떤 여행에서도 생각지 못한 일을 꼭 맞닥뜨리게 되듯이, 영화 속 인물들은 비행기가 멈추어 있던 짧은 시간에 비행기가 멈추지 않았다면 인생에 없을 수도 있던 어떤 일들을 겪게 된다. 레이오버(Layover)는 수하물을 그대로 두어도 될 정도로 짧은 시간만 경유지에 머물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긴 인생에서는 찰나와도 같았을 하룻밤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여행의 계획에도, 인생의 계획에도 없었을 어떤 데이트와 어떤 다툼과 어떤 이해를 다룬 영화. 선우와 수정, 규형과 지원, 은실과 유진이 닿았던 비밀스러운 목적지는 과연 어디였을까.

 

 

- 오오극장 관객 프로그래머 박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