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로 준비하고 가슴으로 질주!
당신은 어떤 일에 뜨거워 본 적이 있는가? 여기에 같은 목표를 가지고 뜨겁게 도전하는 세 사람이 있다. ‘현수’는 과거 여러 육상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신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는 엘리트였지만 나이가 들고 성적도 저조해져 이제는 은퇴만을 남겨두고 있다. ‘준서’는 고교 유망주로서 사람들의 촉망을 받는 선수였지만 지금은 실력이 정체되어 결국 꿈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까지 처한다. ‘정호’는 선수로서 더 우수한 실적을 내기 위해 옳지 못한 수단까지 선택하려 한다. 세 인물은 이렇듯 서로 다른 상황에 놓여있지만 결국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자신만의 뜨거운 도전을 실행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자칫 과해질 수 있는 스포츠 드라마에 적절한 현실 감각과 주제 의식을 불어 넣어 영화의 균형을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는 인물을 머리로 이해하고 사건을 가슴으로 느끼게끔 하는 영리한 전략을 사용한다. 이 영화의 인물들과 함께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준비 과정에서 인물이 처한 문제 상황과 딜레마를 이해하게 된다.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는 두 번의 경기를 보면서 경기에 대한 인물들의 감정에 공감하게 된다. 이러한 전략은 이 영화 특유의 연출적인 구조와 조응하여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정말 오랜만에 누구나 깔끔하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한국독립영화가 나왔다. 올해 들어 대중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한국 영화계는 위기를 겪고 있다. 어쩌면 이 보석 같은 한국독립영화가 최근 극장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를 해본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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