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조금 망쳤더라도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관객들에게 알리는 글의 첫 문장으로 어떤 것이 좋을지 오래 고심하였다. 무언가를 고심하게 되었다는 건 아마도 이 영화가 꽤 마음에 들었기 때문일 거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코미디 영화를 보았다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다. 망진 지역 축제를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애쓰는 행사대행사의 대표, 누군가의 누나라는 호칭에 익숙해져야 했을 취준생, 글을 쓰지 못하는, 아니, 글을 쓰지 않는 극작가, 과거의 명예보단 현재의 재정 상태가 더 중요해진 유명 가수, 자꾸만 행사에 변동이 생기는 통에 극을 수정하기를 반복해야 했던 극단. 각각의 입장과 캐릭터가 확실한 인물들이 마치 ‘망친’으로 읽히기도 하는 ‘망진’ 연산군 문화제를 얼렁뚱땅 완성해 나간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익스트림 페스티벌>엔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해나가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일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법도 없고, 마음은 굴뚝 같지만 제대로 해내지도 못하고, 일반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예술’과는 좀 다른 것을 하게 될 때도 많다. 결국은 엉망진창이 되고 마는 모습까지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게 된다는 누군가의 말을 떠올려 본다. 이 말은 영화 속 지역 축제를 두고 하는 말이지만, 꼭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내고 있는 이들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모든 장면에 빈틈없이 웃음의 순간이 들어차 있다. 행사 관계자들이 입는 단체 티셔츠에 잘못 인쇄된 글씨를 가리려고 대충 붙인 스티커. 손님이 돌아서자마자 원두를 내리는 대신 커피 가루를 타서 넣는 카페 사장. 축제의 일환으로 고문 체험이나 사약 빨리 마시기 대회를 진행하는 것. 영화는 이렇게 사소한 부분에까지 웃음 포인트들이 가득해 정신을 차리고 보면 이미 웃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흔히 독립영화를 이야기할 때는 우울한 것, 어두운 것, 지루한 것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을 때가 많다. 그렇지 않은 영화도 있다는 말을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소개하는 것으로 대신하여도 좋을 듯하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박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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