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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206: 사라지지 않는> 프리뷰 -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전쟁의 기억 속 묻어둔 진실을 꺼내 발굴하고 마주하며 애도하는 민간 조사단의 현장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밀양의 송전탑과 맞서 싸운 김말해 할머니의 이야기로부터 시작되는 이 영화는 한국전쟁 이후 민간인들이 무차별하게 학살당한 공간들을 찾아 나서는 조사단의 모습을 담았다. 진상규명을 위한 기구였던 진실화해위원회는 사라지고 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이라는 긴 이름 하에 직업도 나이도 성별도 다른 사람들이 모인다. 206개의 뼈로 이루어진 온전한 유해를 70년이라는 세월을 기다려온 가족에게 전해주기 위해. 조사단의 구성원은 진실화해위원회의 전직 조사관과 대학생, 유족, 자원봉사자들로 자발적으로 합류하여 2023년에도 여전히 유해발굴을 활발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감독은 자원봉사자로 시작해 아산시 배방읍 설화산부터 카메라를 들기 시작했는데, 촬영하는 기간 동안 과거가 아닌 현재 지금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고 한다. 지나간 과거의 일로만 남아 있는 줄만 알았던 전쟁과 학살의 역사는 여전히 땅 속 깊은 곳에 남아 발굴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남은 유족의 고통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비극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 그 모든 헌신과 숭고함에 감사를 표한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