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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조한나 감독전> 추천사 - 안식을 위한 전위적 투쟁

 

안식을 위한 전위적 투쟁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분에서 최초로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상을 수상했다. 1,169 편의 출품작 중 본선에 오른 25편 중 다큐멘터리는 단 1편이었고, 그 작품이 바로 조한나 감독의 <퀸의 뜨개질> 이다. 이번 감독전에서는 <퀸의 뜨개질>과 함께 총 3편의 단편들을 만날 수 있다.

3편의 단편 속에서 감독은 자신의 경험을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낸 다음, 고유하고 독특한 이미지들을 배치하면서 이야기 속의 감정과 감각을 새롭게 들여다보는 작업을 해나간다. 이 과정은 언뜻 종교적 수행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안식을 얻기 위한 전위적 투쟁으로도 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유기적이며 연속적으로 느껴진 작품 속에서 삶의 주도권을 가지고 가려는 감독의 치열함과 끈질김을 느꼈는데, 이는 뜨개질이라는 소재와도 이어진다. 

감독은 약 6개월 간 ‘만다라 매드니스’를 만들어가는 반복적인 창작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의 탄생부터 현재까지를 다시 떠올리고 재창작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매개는 감독이 가장 닮아있던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뜨개질이며, 정교한 창작의 실행을 통해 어떠한 깨달음으로 나아가게 되는 조용하고도 역동적인 힘이다. 내면의 역동과 보편의 이야기들을 뜨개질처럼 잘 엮은 온전한 결과물로 굉장히 신선하고 궁금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었다. 나는 이 세계가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