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라는 정원을 돌아보며
올해도 영화를 만드는 이들을 다룬 여러 영화가 소개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영화 <작은 정원>은 내게 특별한 인상을 남겼다. 강원도 강릉의 구도심인 명주동에서 긴 세월을 살아온 할머니들은 ‘작은 정원’이라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 커뮤니티 안에서 할머니들은 정원을 가꾸기도 하고 함께 김치를 담그며 조화로운 삶을 영위한다. 어느 날부터는 각자가 배우, 작가, 감독이 되어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젊은 영화인들과 협업하여 그들은 단편 극영화 한편을 완성했고 이 영화는 서울노인영화제에 초청되어 수상하기까지 한다. 그리고 그 다음, ‘작은 정원’의 할머니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를 보다 보면 시종일관 웃음과 울음이 교차하는 우리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할머니들의 평범한 일상과 삶을 담백하게 다루고 있으면서도 우리의 내면이 감정적으로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이 영화가 우리 주변에서 볼법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우리의 폭넓은 공감을 이끌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네 어머니들을 많이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우리나라의 어느 가정에서나 있었을 법한 이야기들, 우리가 어머니를 통해 겪는 경험이나 느끼게 되는 감정 같은 것들을 드러내면서 각자의 고향에 있는 어머니의 초상을 머릿속에 그리게끔 한다. 그렇게 우리는 영화를 보며 미소 짓기도 하고 눈물을 머금기도 한다.
또한 이 영화는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대한 영화로써 메타 영화적 특성을 지니기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른 메타 영화들과 달리 삶의 종반부에서 영화를 처음으로 만들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화 <작은 정원>은 굉장히 특별한 메타 영화처럼 보인다. 노년의 삶을 사는 인간에게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지닐까? 삶의 결말부에 위치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영화를 찍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이러한 맥락에서 노년기의 인간에게 영화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여러 질문을 우리가 떠올릴 수 있도록 만든다.
영화 <작은 정원>은 틀림없이 우리에게 특별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감정적으로 진하면서도 영화에 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놓치지 않게 해주는 흥미로 가득 찬 영화이다. 이 덥고 짜증 가득한 여름날 할머니들이 들려주는 깊고 따뜻한 이야기들로 마음 보양을 해보는 건 어떨까?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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