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리뷰

(55)
<2차 송환> 프리뷰 - 끝나지 않을 희망 끝나지 않을 희망 2004년 비전향 장기수 이야기를 다룬 이 개봉했다. 북에서 남으로 내려온 이들 중에 사상을 전향하지 않아 장기간 복역한 이들을 비전향 장기수라고 부른다. 한참 후에 그 영화를 보게 되었고 남한에 비전향 장기수가 존재했다는 사실에서부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은 1992년부터 그들을 담기 시작해 2000년 송환까지 지켜보면서 그들의 속내와 갈등을 깊게 담아낸 작품이었다. 그렇게 비전향 장기수들이 송환되면서 영화는 끝이 난 줄 알았다. 그러나 이유는 상관없이 전향했다는 이유로 송환되지 못한 이들이 남한에 남았다. 고문 때문에 강제로 전향해야 했던 이들은 2001년 폭력에 의한 전향 무효 선언과 함께 2차 송환 운동을 시작한다. 영화 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영화 은 비전향 장기수 김영..
<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프리뷰 - 광인과 시인 광인과 시인 한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1971년 첫 번째 물방울을 그린 이후로, 단 한 번도 다른 것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그의 아들이자 의 감독인 김오안은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물방울을 하나 그리는 건 하나의 구상이지만, 백 개 또는 천 개의 물방울을 그리는 건 계획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만 개의 물방울을 십 만 개의 물방울을 그리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이런 종류의 예술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단순한 인내심이 필요한가? 엄청난 야심일 수도 있을까? 어쩌면 조금 미쳤을까? 아니면 강렬한 신비로움인가?” 그리고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광인과 시인을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광인은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존재이고, 도처에서 닮음과 닮음의 기호만을..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장영선 감독전> 추천사 - 침전해버린 즐거움을 찾아서 침전해버린 즐거움을 찾아서 분명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다. 그 다양한 즐거움 중에서, 장영선 감독님의 영화들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꾸만 이다음의 발화를 기다리게 되는 대화 장면. 로맨스의 핵심인 시선을 예리하게 잡아채는 세심함. 클리셰를 유쾌하고 영리하게 활용하는 방식. 장르의 관습을 단조롭고 진부한 것이 아니라 변용의 재료로 탈바꿈시켜 러닝타임을 가로지는 감각. 스크린 속 인물들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실행해버릴 것만 같아서 조금쯤 떨리게까지 만드는 힘. 나는 이러한 것들이 감독님의 영화에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이것들을 눈치 채고 곱씹는 것이 못내 즐겁다. 영화의 유쾌함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영화 속 세계가 공통적으로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