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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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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새와 돼지씨> 프리뷰 -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작은새와 돼지씨’는 삶과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예술에 대한 감각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를 부모님의 연애편지에서 가져와 두 사람의 일상에서 보여지는 예술의 과정부터 같은 이름의 전시회를 열기까지의 모습들을 카메라 안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은새와 시를 쓰는 돼지씨를 바라보는 감독은 가족으로서 바라본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독립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 두 예술가를 조명하려고 한다. 나와 평생을 함께해온 인물의 내밀한 모습과 생각을 카메라로 따라가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상의 깊이와 연출을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같이 흘러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건조..
<말아> 프리뷰 - 다 좋아질 거야 다 좋아질 거야 TV나 인터넷의 뉴스란에서 “일상 회복” 같은 단어와 종종 마주칠 때마다, 언제부턴가 생각한다. 일상이라는 게 언제부터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 되었나. 그럼 혹시, 회복되지 못한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는 건가? 회복한다는 건 상처받았다는 것에 근간을 둔 워딩일 텐데, 요즘은 스스로의 상처에 대해 무언가 회복해야 한다는 자각조차 잘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질문, 상처에 익숙해지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상처를 잊어버리는 게 좋은 걸까. 방구석 비대면 면접에도 압박면접이라는 것은 존재하나보다. “워드랑 운전 말고 잘하는 게 뭐에요?” 라는 조막만한 모니터 속 면접관의 조막만한 질문에, 주리 (심달기) 는 “저는... 김밥을 잘 말아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나는 면접관이 듣고 싶..
<파로호> 프리뷰 - '남한'의 풍경 '남한'의 풍경 파로호,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중공군 몇 만의 시체를 이 호수에 버렸다고 한다. 파로호의 물고기들은 시체를 뜯어 먹고 자랐다고,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파로호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도처에, 죽음이 가득하다. 알프스 모텔, 현재 파로호에 위치한 이 모텔은 한 남자와 노모가 운영한다. 노모는 치매에 걸렸고, 건강하다. 이 모텔에서 몇 달 째 몇 명이 목을 맸다. 배관에 목을 매었나? 복도에는 물이 뚝뚝 떨어진다. 경찰은 남자에게 왜 보안 카메라를 바꾸지 않았냐고 묻는다. 죽임은 확정되지 않고, 그래서 죽음은 도처에 가득할 수 있다. 모텔 바깥으로 병사들이 걸어간다. 군화소리. 위수지역의, 죽음으로 가득한 모텔. 으스스하고 기이하고 건조하지만 어디선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도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