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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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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프리뷰 - 대화가 통하는 순간 대화가 통하는 순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피아노 연주가이자 클라리넷 연주가인 은성호 씨. 큰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은 엄마. 형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났던 동생. 은 이 가족의 이야기를 2008년부터 11년 동안이나 담아내고 있어 각자의 입장을, 마음을, 감정을 온통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어머니 손민서 씨와 은건기 씨의 날이 선 다툼이 이어지던 장면에서 누구의 편도 쉽게 들 수 없었던 건 다름 아닌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은 음악 영화이면서 동시에 장애 가족을 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모습에, 솔직한 은성호 씨의 말들에 웃게 된 장면도 많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은성호 씨는 어머니가 옆에서 눈물을 흘려도 그저 이..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이연 배우전> 추천사 - 이연의 이름 이연의 이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자는 자매, 발로 치는 장난, 도어락 버튼이 마구 눌리며 평안함이 깨지던 순간. 짧은 오프닝 장면을 시작으로 (2022)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영화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까지 숨어있는 디테일을 찾아내는 재미도, 낮은 채도에서 오는 미묘한 분위기도 모두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어주었지만.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저 장면을 제게 와닿게 만들어 준 어떤 배우의 표정과, 시선과, 목소리와, 매력적인 마스크 때문이겠지요. 그러니 결국 이 추천사는 그 배우를 향한 사랑 고백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소년심판 백성우.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이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백성우이기 이전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표정의 연..
<모퉁이> 프리뷰 - 길을 돌아서 길을 돌아서 일상을 흘려보내다 문득 정적의 한복판에 있을 때, 어쩌면 지금의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떤 변곡점을 지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은 내 삶의 판도가 이미 조금씩 바뀌고 있는데도 그것이 너무나 미세한 움직임이어서 미처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조용히 무언가 다가오고 있는데 그걸 깨닫지 못하다가 갑자기 습격을 당하면 어떡하지? 에 등장하는 세 사람은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러한 변곡점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모퉁이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어색하게 서서 짧게 근황을 나누고 잠시 흩어진다. 그리고는 곧 다시 재회해 이 모퉁이에서 저 모퉁이로 옮겨가거나 혹은 숨어가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공간과 관계가 얽히고설키는 동안, 영화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