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통하는 순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피아노 연주가이자 클라리넷 연주가인 은성호 씨. 큰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은 엄마. 형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났던 동생. <녹턴>은 이 가족의 이야기를 2008년부터 11년 동안이나 담아내고 있어 각자의 입장을, 마음을, 감정을 온통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어머니 손민서 씨와 은건기 씨의 날이 선 다툼이 이어지던 장면에서 누구의 편도 쉽게 들 수 없었던 건 다름 아닌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녹턴>은 음악 영화이면서 동시에 장애 가족을 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모습에, 솔직한 은성호 씨의 말들에 웃게 된 장면도 많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은성호 씨는 어머니가 옆에서 눈물을 흘려도 그저 이어폰 너머로 들리는 노래를 따라 부를 뿐이었다. 러시아에 가게 되어 어머니와 한참 떨어져 있어야 함에도 마지막까지 그저 숙소에 텔레비전이 있는지를 물을 뿐이었다. 얇은 벽이 하나 있는 것처럼 감정의 교류도, 평범한 대화도 이들에게는 쉽지만은 않았다.
“평생 말 한마디 안 통하다가 말 한마디 통한 느낌. 질문에 제대로 대답한 느낌. 대화가 된 느낌.” 처음으로 형 성호 씨와 합주를 한 건기 씨가 한 말이다. 어머니가 끼지 않으면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아니, 대화를 나누지 못했던 형제는 음악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우리는 <녹턴>으로 이 가족의 세월 속 아주 찰나만 보았을 뿐이지만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이 가족의 삶은 음악으로 깊게 이어져 있다는 것을.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박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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