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좋아질 거야
TV나 인터넷의 뉴스란에서 “일상 회복” 같은 단어와 종종 마주칠 때마다, 언제부턴가 생각한다. 일상이라는 게 언제부터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 되었나. 그럼 혹시, 회복되지 못한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는 건가? 회복한다는 건 상처받았다는 것에 근간을 둔 워딩일 텐데, 요즘은 스스로의 상처에 대해 무언가 회복해야 한다는 자각조차 잘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질문, 상처에 익숙해지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상처를 잊어버리는 게 좋은 걸까.
방구석 비대면 면접에도 압박면접이라는 것은 존재하나보다. “워드랑 운전 말고 잘하는 게 뭐에요?” 라는 조막만한 모니터 속 면접관의 조막만한 질문에, 주리 (심달기) 는 “저는... 김밥을 잘 말아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나는 면접관이 듣고 싶어하는 대답이 아닌, 자기가 할 수 있는 대답을 내놓은 신나라김밥집 장녀 김주리 양의 대답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래 잘 하는걸 잘 한다고 해야지! 그거 얼마나 어려운 건데...
주리는 엄마이자 신나라김밥집의 오너이신 영심 씨의 가게를 돌보며 상처받은 자신의 일상 또한 돌보게 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여자친구랑 사귄 지 34일 되었다는 초등학생 손님. 김밥을 썰다 손을 벤 자신을 보고 뽀로로가 그려진 대일밴드를 사다 준 이원 (우효원), “다 좋아질 거야” 라고 얘기해주는 빵집 춘자 이모. 각각의 재료 하나하나가 모여 다채로운 맛을 만들어내는 김밥처럼, 힘겨운 일상 아래 모인 각자의 마음들은 하나의 더 큰 마음으로 다가가, 누군가의 일상을 끝내 회복시킨다.
상처에 익숙해져야 할지 상처를 잊어버려야 할지, 역시 잘 모르겠고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이제는 내 상처를 생각하기보단 나의 상처를 걱정해줄 내 곁 누군가들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고 싶다. 세상엔 상처도 많겠지만 사랑은 더 많을 테니까, 오늘은 춘자 이모의 말을 되새긴다. 그래. 다 좋아질 거야. 다 좋아질 거야.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최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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