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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작은새와 돼지씨> 프리뷰 -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작은새와 돼지씨는 삶과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예술에 대한 감각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를 부모님의 연애편지에서 가져와 두 사람의 일상에서 보여지는 예술의 과정부터 같은 이름의 전시회를 열기까지의 모습들을 카메라 안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은새와 시를 쓰는 돼지씨를 바라보는 감독은 가족으로서 바라본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독립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 두 예술가를 조명하려고 한다. 나와 평생을 함께해온 인물의 내밀한 모습과 생각을 카메라로 따라가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상의 깊이와 연출을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같이 흘러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건조한 일상 속에서도 낭만적인 상상을 포기하지 않았던 두 예술가의 이야기. 인생을 축축하게 적셔오는 시의 언어와 붓질처럼, 비오는 날의 해변을 담은 마지막 장면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랜만에 멋진 다큐멘터리 하나를 만났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