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이야기
임승현 감독의 <홈리스>는 보증금 사기를 당해 집 없이 떠돌게 된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생후 반년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부부는 찜질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간다. 배달 기사 일을 하는 남편은 평소 배달음식을 가져다주며 친분이 있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할머니로부터 한 달간 미국 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그동안 빈집에 들어와 집을 치우며 살아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홈리스>는 그 묵직한 세 글자 제목만큼이나, 담담하지만 힘 있는 어조로 집 또는 거주의 문제를 관객에게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장면 하나. 남편이 일을 하러 간 사이 잠시 몸을 누인 찜질방에서 아내는 잠깐 자리를 비우고, 그 결과 어린 아기가 깨진 기물에 크게 다치게 된다. 장면 둘. 이전의 제안을 받아들여 부부는 할머니의 집에 들어가 살게 되고, 첫날 저녁 밥상을 차리는 남편에게 아내는 “집 있으니까 좋네, 오빠가 밥도 차려주고” 라고 이야기한다. 집이 없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몸을 지킬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며 생명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소 관성적으로 흐를 수도 있었던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하는 건 남편의 말 못할 사정과 함께 가려져 있던 진실이 점점 드러나는 순간들이다. <홈리스>가 드라마의 외피 위에 스릴러 · 미스터리적인 터치가 더해진 영화가 된 것은 합당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집 없이 살아가는 누군가의 하루하루는,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눈을 감는 그때까지 스릴러가 아닐까. 지난 십 몇년간 살아온 대구의 고향집 책상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그들의 눈빛을 이해할 수 있을까. 불안함과 고단함 사이 어딘가에서 형형히 외롭게 빛나고 있던 그 눈빛들을.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최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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