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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달이 지는 밤> 프리뷰 - 삶과 죽음 사이의

삶과 죽음 사이의

 

<달이 지는 밤>‘part 1’‘part 2’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다. 두 에피소드는 모두 무주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시선으로 전개된다. ‘part 1’은 무당인 해숙이 무주로 돌아오며 시작된다. 이전에 살았을 길을 걷고 또 걸어 폐허가 되어버린 집에 도착하여 해숙은 딸 영선을 만난다. ‘part 2’는 서울에서 공부를 했지만 다시 무주로 내려와 생활하고 있는 민재의 이야기다. 민재는 연인 태규에게 돌아가신 조부가 계속 보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달이 지는 밤>의 두 에피소드는 겉보기에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다. 겨울과 여름, 서늘함과 편안함, 이미지 중심의 서사와 대화 중심의 서사. 그러나 그 속으로는 아주 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무주라는 공간으로 묶여있는 두 이야기. 영화 속에서 무주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처럼 느껴지는 공간이다. 해숙과 영선이 걸어간 길을 민재와 태규가 지나는 모습을 보면서, 이미 죽은 이의 흔적을 살아있는 이가 되짚는 그림을 통해서. 우리는 이 이야기를 완벽한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김종관 감독과 장건재 감독, 그리고 엄청난 배우진이 함께한 작품. 많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달이 지는 밤>을 궁금해하고 기다려왔을 것이다. 나 역시 그 많은 사람들 중 하나이다. <달이 지는 밤>은 어스름한 어둠이 내린 길목을 그저 따라 들어갔다가 함께 나오면 되는 영화였다. 줄거리를 읊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어느 밤과 어느 아침 사이의 일, 그 경계의 묘한 비현실. 우선 한 번은 보았으면 좋겠다. 이런 영화는 다 보고 난 뒤에도 계속 생각하고, 자꾸 떠오르도록 만든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박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