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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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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둠> 프리뷰 - 불안과 고조 그리고 해소 불안과 고조 그리고 해소 보통 음악의 비트는 심장의 박동에 자주 비유되고는 한다. 일정하게 움직이는 박자 안에서 사람들은 안정을 느끼거나 고조되는 음악 속에서 긴장을 해소하기도 한다. 엇박의 변주는 재미를 주기도 누구에겐 불안을 주기도 한다. 테크노 DJ는 그 사이를 넘나든다. 그런 지점에서 은 영화의 탈을 쓴 심리 스릴러 영화에 가깝게 느껴진다. 불안과 슬픔으로 가득차 종잡을 수 없는 신애와 그런 엄마처럼 되기 싫어 디제잉을 포기하고 무력하게 살아가는 이나의 상태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이 고조되어 있다. 더군다나 돌봐야할 아이가 있는 여성의 삶은 당장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둠둠 빨라지는 비트처럼 크고 무겁게 다가오는 순간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나는 답답한 상황 속에서 우연히 만난 ..
<홈리스> 프리뷰 - 집 이야기 집 이야기 임승현 감독의 는 보증금 사기를 당해 집 없이 떠돌게 된 젊은 부부의 이야기다. 생후 반년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아기를 품에 안고, 부부는 찜질방과 모텔 등을 전전하며 힘겨운 생활을 이어간다. 배달 기사 일을 하는 남편은 평소 배달음식을 가져다주며 친분이 있던, 가족 없이 혼자 사는 할머니로부터 한 달간 미국 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그동안 빈집에 들어와 집을 치우며 살아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는 그 묵직한 세 글자 제목만큼이나, 담담하지만 힘 있는 어조로 집 또는 거주의 문제를 관객에게 계속해서 상기시킨다. 장면 하나. 남편이 일을 하러 간 사이 잠시 몸을 누인 찜질방에서 아내는 잠깐 자리를 비우고, 그 결과 어린 아기가 깨진 기물에 크게 다치게 된다. 장면 둘. 이전의 제안을 받..
<성적표의 김민영> 프리뷰 - 갈림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기 갈림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기 마침내 수능이 끝난 날. 금세 깜깜해져버린 겨울의 하늘을 뒤로하고 낯선 운동장 흙바닥에 힘없이 발을 내디디며 느꼈던 그 길 잃은 기분이 여전히 선명하다. 우리 모두가 서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기억할 만한,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성년 언저리의 감각. 어리둥절하면서 어쩐지 억울하기까지 했던 스무 살 무렵의 그 어설픈 마음을 상기시키는 이야기의 조각들. 에는 그런 것들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편의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영화는 섬세하고도 담담한 리듬으로 러닝타임을 가로지른다. 정희는 민영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민영이 보여주는 자기모순의 면모가 종종 우스꽝스럽다. 민영에게는 정희가 답답하고 부담스레 느껴진다. 민영은 가끔 자신이 한심스럽고, 정희는 막연함 속을 부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