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난 리뷰

(55)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김나영 감독> 추천사 - 낮에 꾸는 꿈 낮에 꾸는 꿈 돌아보면 영화는 잠과 가까웠다. 할리우드를 꿈의 공장이라 일컫듯 영화가 무엇보다 꿈과 닮았다고 말해져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영화를 꿈이라 말할 때, 사람들은 밤에 꾸는 꿈을 염두에 뒀을 것 같다. 밤의 꿈에서 우리는 일상의 지겨움과 결별하고 이루지 못한 소망을 성취하곤 한다. 그런데 잠은 꼭 밤에만 잘까? 꿈은 꼭 밤에만 꿀까? 「시험 후」의 두 주인공은 낮에 잠을 잔다.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에 삽입된 「이창」의 제임스 스튜어트도 얕은 잠에 빠져있다. 침대에 누워서가 아니라 책상에 엎드려서 혹은 의자에 앉아서, 그들은 낮잠을 자고 있다. 낮에 꾸는 꿈은 밤에 꾸는 꿈과 다르다. 밤의 꿈이 우리를 일상과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다면, 낮에 꾸는 꿈은 일상 곁에 있다. 곁에 남은 꿈은 더 ..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홈 그라운드> 추천사 - 공간, 그 너머를 보다 공간, 그 너머를 보다 2020년 이라는 작품으로 성소수자들의 공간을 향한 열망과 여정을 들여다보고, 소소하고 지속적인 투쟁의 모습과 공간을 통한 연대를 담아냈던 권아람 감독의 새 작품 를 대구에서 소개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이 작품은 나로써는 기다려온 주제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데, 종로나 이태원을 대표하는 게이들의 공간은 성소수자 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여겨지지만 레즈비언들의 공간은 탄생과 사라짐의 주기가 짧아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영화 속 신촌공원의 아련한 기억처럼 내가 존재했던 것인지 꿈인가 흐릿해지기도 하고, 대구에서 간간히 스쳐지나왔던 그 공간들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떠올리기도 한다. 완전히 변해버린 신촌역 앞에서 허전함과 무색함을 ..
<애프터 미투> 프리뷰 - 미투 이후의 ‘미투들’ 미투 이후의 ‘미투들’ 2018년 미투운동이 한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견고할 것만 같았던 위계 성폭력은 폭로되었고 혼자만의 상처로 남았던 폭력의 경험은 ‘나도 그렇다(Metoo)’와 ‘함께하겠다(withyou)’는 마음으로 연결되었다. 폭로와 연결의 힘은 실로 대단했고 ‘미투’의 의미는 한국 사회에 깊게 각인되었다. 그렇다면 미투가 한국 사회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는가? 세상은 단번에 바뀌지 않는다. ‘미투’는 상징이 되었을 뿐이다. 세상을 바꾸는 건 애프터 미투, 계속해서 폭로하고 계속해서 연결되고 있는 ‘미투들’이다. 는 포스터에 적힌 ‘아직 할 말이 너-무 많다!’는 텍스트처럼 미투 이후의 ‘미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다. 스쿨 미투와 문화예술계 미투 운동과 그 이후의 이야기, 중년 여성의 성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