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극장 상영작 프리뷰 PRE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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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프리뷰 - 손가락 놀이와 가늠
손가락 놀이와 가늠 만일 우리의 선택이 음으로 표현되는 거라면, 오히려 그것의 합성음은 처음부터 그릇에 포크를 수십 차례 긁는 듯이 튀지도 천상의 가닿기 위한 이정표와 같은 황홀한 조화를 이루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특정 음들만 내게 쥐어지는 것도 아니고, 그것을 선택의 순간에서 완전히 뗄 수도 없다. 나의 음에 부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그 음이 어느 순간 손가락 마디 사이 사이에 끈적한 액체로 묻어있을 수 있으며, 상대의 음과 합성하기 위해 선뜻 내밀기도 한다. 손가락을 천천히 하나씩 떼어내며 음을 찾아가고 점점 벌어지는 손가락이 음의 간격을 가늠하는 것, 이 행위의 반복. 영화 〈레슨〉이 시작되고 공원에서 두리번거리며 서성이는 경민의 주위로 누운 채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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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호랑이> 프리뷰 - 세트장 안에서 물 없이 재현하는 세월호 잠수사의 이야기
세트장 안에서 물 없이 재현하는 세월호 잠수사의 이야기 2014년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희생자들을 수습한 민간 잠수사들이 있다. 민간 잠수사들은 참사 소식에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원하여 구조팀에 참가하였으나 7월, 갑작스럽게 해경으로부터 철수 통보를 받고 쫓겨난다. 무리한 잠수로 인하여 망가진 몸과, 수십명의 희생자를 물 속에서 품에 안아 올리며 생긴 정신적인 트라우마로 고통스러운 가운데, 해경은 현장에서 연장자로서 자연스레 지휘자 역할을 했던 대장 잠수사를 5월에 일어난 잠수사 사망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고소한다. 는 현장 구조팀에 자원한 잠수사이자 재판에 증인으로 휘말려 고통을 겪고, 세월호 진상규명 활동에 나섰던 고 김관홍 잠수사의 실화를 재구성한 극영화이다. 이지훈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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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프리뷰 - 교집합으로서의 정체성
교집합으로서의 정체성 대마를 상상할 때, 우리는 무언가 부적절하게 느껴질 것이다. 대마는 대한민국에서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대마를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 또한 어딘가 부적절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은 대마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는 국가적인 금지에 반하여 대마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을 판단하지 않은 채 사려 깊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지만, 그 시작은 대마에 관해 우리가 현실에서 느낄 법한 금지된 감각을 상기한다. 의 초반 장면, 대마와 관련해 부정적인 보도를 하는 뉴스 소리가 들려온다. 이후 대마를 사용한 혐의로 법적 선고를 받은 용현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우리는 용현이 어떤 인물인지, 어떻게 대마를 사용했는지 인지하기 전 그를 법을 어긴 범죄자의 모습으로 처음 보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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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지구 최후의 여자> 추천사 - 지구 최강의…
지구 최강의… 멸망을 목전에 두고도 기운 내서 정신을 차리자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뭐 그렇게 대단히 씩씩하지도 않으면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한아와 철은 울상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섣불리 주저앉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연약한 용기가 두 사람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연대로 말미암아 그들의 영화는 기어이 멈추지 않는다. 한아와 철이 울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그건 그냥 단순히 그들이 ‘그렇게 살기 했으니까’ 그런 거다. 매몰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그 시간의 무게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으면서 살아남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심의 실천으로써 이 복수와 이 생존은, 가장 용감한 방식으로 성공한다. 에 깃든 용감함은 슬픔도 기쁨도 실패도 극복도 모두 한 데 모아 누덕누덕 기워가며 살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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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레귤레> 프리뷰 -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실컷 웃고 다시 돌아오자 튀르키예 카파도키아 지역에 출장을 온 대식은 함께 온 팀장에게 등살이 떠밀려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비슷한 시간 같은 투어에 등록한 한 부부, 대식은 우연히 부부를 마주치고 움찔한다. 그렇다. 이혼한 전남편과 함께 재결합 여행을 온 정화는 과거 대식에게 연애에 대한 트라우마를 남긴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대식과 정화는 모두 타의에 의해 여행에 끌려온 사람들이다. 대식은 정해진 업무를 잘 마무리하고 집에 돌아가려 했으나 상사의 만류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정화는 여행을 가서도 술을 절대 먹지 않겠다는 신신당부를 남편이 받아들여 마지못해 튀르키예에 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 모두 그럴 때가 있지 않나? 정작 하고 싶은 건 못하고 일이니, 여행이니, 연애니 이리저리 끌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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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워있을 때> 프리뷰 - 다름 아닌 우리의 이야기
다름 아닌 우리의 이야기 선아, 지수, 보미 세 사람은 지수 부모님의 산소로 향하던 중 차 사고가 난다. 내비게이션에 제대로 길도 뜨지 않는 시골 동네에서 계획에 없던 하룻밤을 보내며 세 사람은 예상치 못한 일을 겪게 된다. 이러한 줄거리의 영화이지만, 내가 누워있을 때>라는 작품을 이렇게만 요약하기엔 분명 어폐가 있다. 이 영화의 더 중요한 점은 한 꺼풀 아래에 있다. 세 사람이 하루 사이에 겪은 일 그 어디에도 우연은 없었다는 것.보미가 환영을 보지 않았더라면, 사고는 없었을 것이다. 보미의 환영은 사산한 아이에 대한 죄책감에서 비롯되었는데, 그 죄책감은 왜 보미의 것이기만 했을까. 이들이 젊고 어린 여자가 아니었다면, 카센터 직원들은 바가지를 씌우거나 숙소까지 찾아와 겁박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
GV 모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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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부모 바보> 이종수 감독 / 2025.02.02.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5.02.02. 참석 이종수 감독진행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기록 김가율 김건우: 안녕하세요. 오늘 부모 바보> GV 진행을 맡은 관객 프로그래머 김건우라고 합니다. 감독님. 부모 바보>를 보신 대구 관객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이종수: 안녕하세요. 영화 부모 바보> 연출을 한 이종수라고 합니다. 연휴 막바지에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김건우: 부모 바보>라는 영화를 처음 보신 분도 있고 아마 여러 번 보신 분도 있으실 텐데 감독님께서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게 되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이종수: 어떻게 만든 영화일까요? 힘들게 만들었어요. 힘들게 만들었고 제가 나이를 많이 먹은 사람은 아니지만 올해 30대 중반인데요. 20대를 지나오면서 느꼈던 것들이나, 잔존해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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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미망> 김태양 감독, 하성국 배우, 박봉준 배우 / 2024.12.07.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4.12.07. 참석 김태양 감독, 하성국 배우, 박봉준 배우진행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기록 김가율 김건우: 안녕하세요. 저는 미망> GV 진행을 하게 된 김건우 관객프로그래머라고 합니다. 그럼, 감독님 배우님 간단한 인사 부탁드립니다. 김태양: 안녕하세요. 저는 영화 미망>의 감독 김태양입니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성국: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하성국입니다. 만나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박봉준: 안녕하세요. 저는 배우 박봉준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김건우: 먼저 감독님께 몇 가지 질문드리도록 할게요. 일단 첫 번째로 미망>이라는 영화가 감독님께서 이전에 만드신 단편인 달팽이>와 서울극장> 그리고 이번에 새로 촬영한 분량까지 해서 이 세 가지를 엮어서 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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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장손> 오정민 감독 / 2024.10.13.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4.10.13. 참석 오정민 감독진행 최은규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기록 김가율 최은규: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단편영화제 프로그램팀장 최은규라고 합니다. 그럼, 감독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오정민: 네 안녕하세요. 저는 파묘>을 잇는 흥행작이자 베테랑2>의 가장 강력한 경쟁작 영화 장손> 감독 오정민입니다.(웃음) 반갑습니다. 장손>이 또 대구 영화잖아요. 그래서 이 공간에서 상영한다는 게 저한테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데요. 오늘 이렇게 많은 분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영화라는 건 사실 관객분들께서 만들어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관객분들과 많은 대화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최은규: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오정민 감독님이 원래 대구 출신이시고, 부모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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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모먼트
<땅에 쓰는 시> 정다운 감독, 김종신 프로듀서 / 2024.05.26.
관객과의 대화 기록 2024.05.26. 참석 정다운 감독, 김종신 프로듀서 진행 류승원 모더레이터기록 김가율 류승원: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땅에 쓰는 시> GV를 맡은 관객 프로그래머 류승원이라고 합니다. 일요일 1시라는 이른 시간에 이렇게 영화를 보러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GV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PD님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정다운: 안녕하세요? 저는 땅에 쓰는 시>를 만든 정다운입니다. 옆에 이분은 PD님이시자 제 짝꿍이고요. 저기 앉아 있는 친구는 선유도 공원 앞을 뛰어다니고 마지막에 「모두 다 꽃이야」를 부른 김단우 군입니다. 또 저는 김단우 군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반갑습니다.김종신: 안녕하세요? 같이 영화 만들고 있는 프로듀서 김종신입니다. 반갑습니다...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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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나는 어떻게 다섯 번의 초저예산 영화제를 했고 아직(도) 멀쩡한 (척하고 있는)가 - 배은열 INK 대표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오늘날 한국독립영화에서 비평critic의 자리는 어디에 있을까요? 제작사와 창작자에게 효능감을 주는 소박한 작품 해설 해설—대체로 작품에 존재하지도 않는 정치사회적 요소를 포착하는 숨은그림찾기—이 아니라, 하나의 작품 혹은 영화 전체에 긴장을 만들고 그리하여 문화의 폐색을 해소하는 날카로운 바로 그것, 비평의 자리는 아주 협소해보입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매거진 삼삼오오는 부정기적 연재를 통해 오늘날 한국독립영화에 가능한 비평의 자리를 탐구해보고자 합니다. 잠깐! 그러나 우리는—오오극장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부터 견지해 온—유행처럼 퍼지는 독립영화의 위기[“이제 와서…?”]를 새삼스레 반복하지는 않을 생각입니다. 위기가 유행이 된 시대에 새삼스레 위기를 부르짖는 것은 죄악이 되는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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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RE : 극장 상영 문의 드립니다 - 정보라 PD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오오극장은 ‘독립영화의 창작과 비평의 토대에 관한 몇 가지 질문과 제안들’[개관 8주년 행사],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매거진 삼사오오 연재]’ 등 오늘날의 독립영화를 돌아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돌아보는 작업과 겸하여 혹은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조금 더 능동적인 태도를 요청하고 실천적인 팁이 될 수 있을 두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경기도의 어느 남향 집〉으로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푼토 데 비스타(Punto de Vista)—나바라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다녀오신 박진용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나의 영화제 기행」이었습니다. 아래의 두 번째 글은 〈부모 바보〉(이종수, 2024)를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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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다른 나라에서: 나의 영화제 기행 - 박진용 감독
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오오극장은 ‘독립영화의 창작과 비평의 토대에 관한 몇 가지 질문과 제안들’[개관 8주년 행사],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매거진 삼사오오 연재]’ 등 오늘날의 독립영화를 돌아보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에 돌아보는 작업과 겸하여 혹은 그러한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독립영화 감독들에게 조금 더 능동적인 태도를 요청하고 실천적인 팁이 될 수 있을 두 글을 함께 읽고자 합니다. 첫 번째 글은 〈경기도의 어느 남향 집〉으로 ‘스페인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푼토 데 비스타(Punto de Vista)—나바라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다녀오신 박진용 감독의 「다른 나라에서: 나의 영화제 기행」입니다. ‘다른 나라’의 유익함과 ‘우리나라’의 관성을 꼼꼼히 읽고 생각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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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 이영은과의 대화 - 마지막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 : 이영은과의 대화 대구영화발굴단(김주리, 금동현, 류승원, 이라진) 5. ‘아메닉’ 이후의 이영은, '핀다'를 말하다 김 : 자료를 찾다 보니 어떤 기사에 선생님께서 '아메닉' 해체 이후에 여성단체나 밴드 활동을 하셨다고 적혀 있더라고요. 혹시 이런 식으로 후속 활동으로 이어졌던 것들이 또 있었는지 궁금해요. 이 : 거기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아요. 일단 '아메닉' 당시에 98년에 1회 대구여성영화제, 99년에 2회 대구여성영화제를 정말 크게 성대하게 했거든요, 사실. 정말 감독들한테 다 전화로 얘기해가지고 사실 상영료를 조금밖에, 5~10만 원 정도밖에 못 주기는 했지만은 정식으로 부탁하고 상영료를 지급하고 필름 다 받아가지고 확인하고 돌려주고 그렇게 아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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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 불문! 대구독립영화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 이영은과의 대화 - 4
대구 시네마테크 운동 밑그림 그리기 : 이영은과의 대화 대구영화발굴단(김주리, 금동현, 류승원, 이라진) 4. ‘아메닉’을 통해 보는 그 시절의 풍경 김 :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 오기 전에 '아메닉'의 소식지들을 다시 한 번 쫙 모아서 전체적으로 읽어보았거든요. 근데 정말 말씀하셨던 것처럼 활동들이 되게 체계적이면서 다채롭더라고요. 시네마테크다 보니까 아카이빙도 체계적으로 되어 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기자재와 공간이 갖춰진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고, 상영 프로그램도 되게 다양하더라고요. 이를 테면 청소년이나 여성 등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를 다룬 상영회들도 있었고, 애니메이션 등의 다양한 장르의 상영회나 여러 국가의 영화들을 모아 트는 상영회들도 있었고요. 한편으로 저는 이런 것들이 회원 규모가 상당해서..
대구, 예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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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예술, 작가
Play Ar T Life : 손영득_오정향_배윤정展
대구, 예술, 작가 (with 갤러리 삼삼다방) #2 Play Ar T Life 손영득_오정향_배윤정展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삼삼다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삼다방은 독립영화와 어울리는 대안예술이 동시 상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합니다. 삼삼다방의 벽면은 지역 젊은 예술인들의 실험적인 전시가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갤러리로 활용되어 오오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Play Ar T Life 전시 https://youtu.be/bIMHynn6r04 갤러리 삼삼다방의 새로운 전시 Play Ar T Life : 손영득_오정향_배윤정展 을 소개합니다. 평범한 그림처럼 보이는 작품의 놀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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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예술, 작가
디프 앤 포스터 展 - 구민호 작가
대구, 예술, 작가 (with 갤러리 삼삼다방) #1 구민호 작가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관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공간을 꿈꾸며 삼삼다방을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삼다방은 독립영화와 어울리는 대안예술이 동시 상영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합니다. 삼삼다방의 벽면은 지역 젊은 예술인들의 실험적인 전시가 상시적으로 진행되는 갤러리로 활용되어 오오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대구, 예술, 작가’ 코너에서는 그달의 갤러리 삼삼다방 전시 작가를 만나 전시를 이해하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지난 8월 말부터 갤러리 삼삼다방에서는 대구단편영화제의 부대행사 중 하나로 지역 작가들이 참여하는 독립영화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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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오오극장, 영화처럼 내게 오오 / 임아현 관객프로그래머
영화는 나에게 음식으로 따지자면, 아보카도나 치즈같이 찐득한 질감을 가진 느낌으로 비유할 수 있다. 예술이라는 것이 대부분 일상의 빈틈과 건조함 사이를 메꾸어준다고 할 때, 나의 삶에서 영화는 조화로운 풍미가 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이 다양한 맛을 느끼게 만들고 감각을 깨워주기 때문이다. 나를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것을 넘어서 찐득하게 어딘가에 눌러 붙게 만드는 것이 내게 영화가 주는 힘이다. 처음 오오극장이라는 공간을 인식하게 된 건, 내가 영화의 찐득한 맛을 점점 알게 될 즈음이었다. 대학교 2학년, 듣기 싫은 수업들을 ‘출튀’ 하고는 곧장 중앙도서관 멀티미디어실에서 DVD를 빌려다 보며 한 해를 날렸었다. 그러다 덜컥 ‘대구퀴어영화제’를 담당하게 되었고, 독립영화전용관으로 개관한 오오극장의 존재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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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당신 시네필인가요? 이석범, 최은규 관객 인터뷰 / 금동현 관객프로그래머
나는 이석범과 최은규를 2017년 오오극장에서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의 얼굴을 익힌 후부터 종종 이상한 기분을 느꼈다. 상영 영화 혹은 장소, 시간과 관계없이 극장에 항상 두 사람이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극장에 가면 자주 두리번거렸다. 이석범과 최은규의 (빈)자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아래 인터뷰는 두리번거림의 결과다. 동시대 영화문화에서 이석범과 최은규가 점유한, 때에 따라 옮기기도 하는 좌석의 위치가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3355》의 창간호에 이들의 기록이 남기를 바랐다. 신경질적 시네필에 대한 냉소 또는 혐오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었다. “저는 시네필이 아니에요.”라고 이야기할 때도 ‘시네필’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언제나 진동하는 단어로서) ‘우리’는 여기서 시작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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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세계 속의 한 사람(들) - 김현정 감독론 / 최은규 관객프로그래머
김현정 감독의 영화에서 어떤 팽팽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아마 자신의 인물 (또는 공간) 을 대하는 감독 특유의 집중력에 우리가 자연스레 동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항상 한 사람의 여성 단독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해 온 그녀의 영화들은, 하나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서술 매체로써의 영화이기에 앞서 언제나 한 명의 ‘사람’을 보여준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그녀의 영화에서 인물은 이야기에 우선한다. 최소한 나는 그렇게 느꼈다. 하여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깊이 생각, 고민해 볼 필요성을 느꼈고, 그 과정에서 인물과 그 사이의 ‘공간’ 그리고 ‘관계’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떠올릴 수 있었다. 이건 내가 느낀 김현정 감독 영화 속의 몇몇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은하와 세영 – 공간 속의 두 사람 폐업을 앞둔 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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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지금, 영화, 감독 - 김현정 감독 인터뷰 / 곽라영 관객프로그래머
곽라영: 팬데믹 시대가 도래 하면서 영화계뿐 아니라 일상 자체가 전과 달라졌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김현정: 장편 촬영 후 후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곽라영: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컴퓨터 공학과를 전공한 직장인이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체계적으로 공부를 하셨을 것 같았는데 의외였어요. 직장생활을 정리하고 시나리오 아카데미, 동아리에 참가하면서 영화판에 입문하게 되셨다는데 어떤 지점에서 확신이 드셨을까요. 김현정: 어떠한 확신이 있어 영화를 시작한 건 아니었어요. 당시 회사 생활이 쉽지 않았고, 지속할 만큼 열정이 없었어요. 잘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 일을 하니 이러다 죽겠다 싶더라고요. 현실 도피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막연히 글을 쓰던 중 픽션을 쓴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로망 같은 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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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55] 좋아하고 싶어요 -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 / 장예지 관객프로그래머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게 문제죠.” 영화를 두 번째로 마주한 날, 들키고 말았다. ‘장국영’은 왜 스크린 밖의 나에게 말을 거는 걸까. 다른 건 몰라도 내 마음에 대한 확신은 가득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학창 시절, 매년 학기 초가 되면 정해진 틀에 맞춰 자기소개서를 내곤 했다. 그것이 정말 나를 소개할 수 있는 건지 아직 의문이지만, 그 덕분에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으니 나쁜 마음은 없다. 그렇게 취미와 특기 모두를 서슴없이 쓰던 꼬마는 조금 더 자라서 특기란을 비우는 청소년이 되었다. 주제를 알게 된 거라 생각했지만, 아니- 남을 보기 시작한 거다. 그러다, 너는 이제 어른이다, 사회가 그리 말해주는 나이가 되었을 때는 특기를 먼저 채우고 취미 앞에서 망설였다.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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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an Independent Film: Step-by-Step 01] 노력형 영화 만들기 / 김현정 감독
‘창작하기’, ‘영화 연출하기’에 ‘노력’이라는 단어를 붙이면 조금은 촌스럽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나는 고지식하고 촌스러운 방식으로 영화를 만든다. 평소 겁이 많아 돌다리를 두드리고 또 두드리는 연출자이다. 그런 방식이 나에게 잘 맞고 즐거운 지 묻는다면 또 그렇지는 않다. 끝이 없는 고민에 스스로 채찍질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아프고 괴로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 차 연출자로 네 편의 단편과 첫 장편을 만들며, ‘노력형’ 연출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자문하면서 나름 확신이 드는 지점도 생겼다. 사실 무엇이 좋은 연출인지 영화를 만들면 만들수록 점점 더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으로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분들이 조금이나마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의 연출 경험에서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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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to Make an Independent Film: Step-by-Step 02 ] 영화,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feat. 대구영상미디어센터)
대구영상미디어센터 미디어교육팀 조윤영 안녕하세요. 대구영상미디어센터 3년 차 지킴이, 미디어교육담당 조윤영입니다. 저는 이번 글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꿈꿔보았을 법한 영화, 그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 (feat.대구영상미디어센터)를 준비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다소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프랑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프랑수아 트뤼포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하죠.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방법은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며, 두 번째 방법은 영화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 방법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참 쉬울 것 같은 이 고전적인 말은 지금까지도 영화를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이 박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