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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지구 최후의 여자> 추천사 - 지구 최강의…

 

 

지구 최강의…

 

멸망을 목전에 두고도 기운 내서 정신을 차리자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걸까. 뭐 그렇게 대단히 씩씩하지도 않으면서. 이 영화의 두 주인공, 한아와 철은 울상을 거두지 못하면서도 섣불리 주저앉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 연약한 용기가 두 사람을 연결시킨다. 그리고 그 연대로 말미암아 그들의 영화는 기어이 멈추지 않는다.

 

한아와 철이 울면서도 웃을 수 있는 건, 그건 그냥 단순히 그들이 ‘그렇게 살기 했으니까’ 그런 거다. 매몰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고, 그 시간의 무게를 결코 가벼이 여기지 않으면서 살아남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 결심의 실천으로써 이 복수와 이 생존은, 가장 용감한 방식으로 성공한다. <지구 최후의 여자>에 깃든 용감함은 슬픔도 기쁨도 실패도 극복도 모두 한 데 모아 누덕누덕 기워가며 살아가는 두 사람의 태도에서 온다. 나는 그것이 무엇보다도 대단한 것이라고, 또 우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거듭해서 느낀다.

 

어떻게 그렇게 살아? 그렇게 영화를 만들어서 어쩌려고? 그런 물음들에 이 영화는 고개를 빳빳이 들고서 응답한다. 할 수 있는 걸 그냥 한다고, 설령 그게 이상해 보일지라도 그냥 감당한다고, 그러면서도 끝까지 경쾌함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나오면서 우리는 우리를 무너뜨리려는 것 앞에서도 겁먹지 않을 수 있고, 마침내 나 자신을 지켜줄 수 있게 될 거라고.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