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프리뷰 (37) 썸네일형 리스트형 <미지수> 프리뷰 - 텅 빈 원을 채우기 텅 빈 원을 채우기 영화의 초반부 그림 학원 강사 지수는 캔버스에 연신 원을 그린다. 그리고 싶은 인간 얼굴이 있는데, 이제 생각이 안 나네. 지수는 이렇게 말한다. 지수의 뒷모습을 비추는 이 장면은 쓸쓸하게 느껴진다. 얼굴을 살짝 돌려 측면이 비치고 그래서 채우지 못하고 오직 원만 덩그러니 있는 캔버스가 함께 화면에 비칠 때, 이 장면은 쓸쓸한 동시에 부담스럽게도 느껴진다. 지수의 뒷모습이 지수의 쓸쓸함만을 전달했다면, 캔버스의 텅 빈 원이 잠깐 우리와 대면하는 순간에는 그 빈 원을 채워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슬쩍 밀려온다. 텅 빈 원은 여러 가지로 보인다. 지수의 대사를 바탕에 두자면 그것은 누군가의 얼굴이고, 그저 이미지로 받아들인다면 그것은 어떤 구멍이다. 물론, 생각이 나지 않는 얼굴을 상상하.. <돌들이 말할 때까지> 프리뷰 - 제주에 남겨진 상처에 대한 어떤 기록 제주에 남겨진 상처에 대한 어떤 기록 비극적인 사건을 그리는 영화적 방법은 다양하다. 처럼 어떤 원인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처럼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으로 극영화의 형태를 통해 정교하게 그것을 재현하는 영화도 있다. 혹은 홀로코스트 학살에 대한 취재와 인터뷰를 몇 년간 모아 9시간의 장대한 분량으로 만든 나 중국 문화대혁명 이전 자볜거우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온 생존자들의 인터뷰만으로 그 당시를 재현한 과 같은 방법론도 존재한다. 는 이 나 의 방법론을 사용하여 제주 4.3사건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그렇다. 김경만 감독의 는 제주 4.3사건 당시 전주형무소에 수감되었던 다섯 명의 할머니들이 그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촬영한 영화이다. 영화는 오.. <정순> 프리뷰 - 선택하는 대로 선택하는 대로 정순은 작은 공장에서 일을 한다. 그는 평생을 이 소도시에서 살았고, 결혼을 앞둔 딸이 있다. 지극히 평범하던 일상에 이전까지는 한 번도 예상해 본 적 없던 일이 닥친다. 정순이 연인 영수와 찍은 영상이 동네 사람들의 휴대폰에서 휴대폰을 타고 돌아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디지털 성범죄. 영화 의 주된 사건이 되어주는 소재다. 에서 사건이 본격적으로 윤곽을 드러낸 시점은 영화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이다. 덕분에 관객은 사건 이전의 ‘정순’이 어떤 하루하루를 살아갔는지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남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출근하는 정순.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는 정순. 동료들과 어울리며 잡담하는 정순. 가끔은 오지랖 넓은 참견을 하기도 하는 정순. 웃음이 많은 정순. 아주아주아주 평범.. 이전 1 2 3 4 5 6 7 8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