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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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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 프리뷰 - 모래판 위의 여자들 모래판 위의 여자들  여자 씨름계의 ‘이만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만기라는 인물도 젊은 세대에서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많겠지만, 여자 씨름계에는 누구에게나 전설적인 인물로 평가되는 임수정 선수가 그 별명의 주인공이자 이 영화의 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심인물이다. 임수정 선수는 2009년 처음으로 여자 씨름 종목에도 전 종목 통합 천하장사가 생긴 후, 가장 많은 천하장사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종목의 최강자가 있다면, 최강자를 뒤따르는 강력한 라이벌이 있기 마련이고, 또 그를 바라보고 성장한 후배들이 있기 마련이다. 최강자가 나오기 전 기틀을 닦아두었던 선수도 든든한 선배이자 어른으로 존재한다. 스포츠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인기와 실력만으로는 유지될 수 없는 법이다. 영화 모래바람>은 비..
<한 채> 프리뷰 - 공간, 거리, 사람들 공간, 거리, 사람들  문호와 고은 부녀와 도경과 사랑 부녀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고은과 도경을 부부로 위장시킨다. 문호와 고은, 도경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 식구 행세를 하며 도경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가까워진 생활반경만큼이나 세 사람은 서로의 삶속으로 점차 파고 들게 된다. 과연 이들은 청약에 당첨될 수 있을까, 만약 이 위장한 가족이 새 집을 얻게 된다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들의 팍팍한 삶은, 이들의 거주하는 공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한 채>는 그것을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차근차근 담아내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한 채>에서 카메라는 많은 순간 다양한 것들에 가로막혀 있다. 무언가가 인물들의 형체를 가리고, 인물들은 어딘가에 갇혀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자..
<미망> 프리뷰 - 노스텔지어에 대한 노래, 페이소스에 대한 고백 노스텔지어에 대한 노래, 페이소스에 대한 고백  “사리에 어두워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다.” 광화문 근처 종로 거리를 거니는 두 청춘이 있다.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나눈다. 남자는 미술을 시작했고, 여자는 영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서로 호감이 있는 걸까, 혹은 그저 지나가는 인연 중 하나인 걸까. 같은 길을 걷던 그들은 어느새 갈림길에 도달했다. 둘은 다른 길을 가고 다른 공간에 가서 다른 사람을 만난다. 연인과 함께 버스를 타고 광화문 거리를 지나던 남자는 이순신 동상을 보며 낮에 여자와 나눴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정말 광화문 동상은 오른쪽에 칼이 있네?’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다.” 미망>은 다른 시간, 다른 계절에서 만난 같은 공간의 사람들과의 인연을 포착한다. 다시 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