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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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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손> 프리뷰 - 균열하는, 오래된 가족의 풍경 균열하는, 오래된 가족의 풍경  후덥지근한 여름, 성진은 오랜만에 본가에 방문한다. 분주하게 제사를 준비하는 그 여름날의 시골 풍경으로부터, 우리들은 대가족의 ‘장손’인 성진이 집안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다. 뒤이어 영화는 가을과 겨울을 차례로 듬성듬성 경유하며 성진이 가족 안에서 겪어내는, 혹은 목격하는 상실과 충돌을 담아낸다.  은 가부장의 풍경에 경제적 상황을 개입시키면서 미묘한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영화는 일견 정다운 가족을 묘사하며 소탈한 웃음을 자아내다가도, 그 껍데기 속에 숨어있던 각자의 비밀을 조금씩 누설하며 불편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돈을 매개로 삼아 은 가족이라는 타인들 사이에 녹아있는 오래된 차별의 논리를, 그리고 그것이 작동하는 동안에 켜켜이 누..
<딸에 대하여> 프리뷰 - 그냥 가족 그냥 가족 오오극장 9주년 기념전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딸에 대하여> 가 정식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2017년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엄마에게는 별다른 이름이 붙여지지 않고 그저 엄마 역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딸이 자신의 연인을 데리고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모녀는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그런 딸을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공간인 집에서 엄마의 감정은 굉장히 억제되어 있는데, 엄마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순간으로 보이는 곳은 요양보호사로써 일하는 일터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홀로 늙어가는 ‘제희’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마치 자신이 이..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애국소녀> 추천사 - 소녀, 애국에 타라 소녀, 애국에 타라 미투 시국과 함께 페미니즘 여성 영화의 바람이 불 때, 나에게 가장 반짝였던 영화는 였다. 재치 있고 용감하다는 표현 밖에 붙이지 못하는 나지만 그만큼 영화가 주는 새로운 연출과 기획은 달랐다. 그 핑크 페미의 주인공 남아름 감독이 긴긴 제작 과정을 지나 첫 장편 작품, 로 돌아왔다. 단편이었던 전작의 이야기는 페미니스트 어머니와 나 (감독)를 중심으로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 속 개인을 새롭게 긍정하는 동시에 반성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386세대인 감독의 부모님이 카메라 앞에 전면으로 담겼다. 행정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모범 공무원이 된 아빠와 세상의 불합리함에 투쟁하는 여성인권 운동가 엄마. 감독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