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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아침바다 갈매기들> 프리뷰 - 자본에 관한 각기 다른 입장들

 

자본에 관한 각기 다른 입장들

 

 영국(윤주상)은 계속 바다로 향한다. 그는 고기잡이 배의 선장이다. 한 가난한 어촌마을에서 말년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영국은 배를 모는 자신의 환경을 받아들인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반면 용수(박종환)는 다르다. 영국의 배를 타는 젊은 어부 용수는 자살로 위장하고 보험금을 타서 자신의 어머니 판례(양희경)와 아내 영란(Khazsak)과 함께 마을을 떠날 위험한 계획을 준비한다. 그는 영국과는 달리 자신의 환경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환경이라는 조건에서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란 늙은이들에겐 생업으로서의 공간이자 젊은이들에겐 떠나야만 하는 길이 된다. 낭만의 장소로 활용되는 최근의 한국독립영화들과는 달리 <아침바다 갈매기는>에서 바다는 어딘가 생존의 장소로 느껴진다. 자신의 생존조건을 받아들이느냐, 벗어나느냐는 <아침바다 갈매기는>의 주된 물음 중 하나다.

 

 자신의 마을에서 젊은이들에겐 바다란 망망대해라는 것을 영국은 안다. 그는 그 사실을 마을을 떠나려고 했던 또 다른 젊은이인 자신의 딸을 잃으며 배웠다. 용수를 비롯한 젊은 세대가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가난이다. 물론 도시와 비교해 시골을 가난으로 쉽사리 규정짓는 건 위험한 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갈매기는>는 자신이 바라보는 마을을 이미 가난하다고 상정한다. 여기서 가난은 물질적인 가난만을 지시하진 않는다. 영화 속에 보여지는 물질적 가난은 기본적으로 정신적 가난으로부터 비롯된다. 마을에선 지속적으로 돈을 가진 이를 시기하며 돈으로 인한 폭력이 벌어진다. 돈에 반응하는 마을 사람들의 과격한 방식은 가난이란 환경을 물리적으로 명징하게 만든다.

 

 그러나 가난에 굴복하지 않는 이가 있다. 판례다. 판례는 용수의 죽음을 계속 인정하지 않은 채 아들의 생존을 기다리며 바닷가에 앉는다. 매일 반복되는 판례의 기다림의 몸짓엔 어딘가 숭고한 데가 있다. 동시에 판례의 숭고함은 용수와 영란의 떠남을 방해한다. 판례가 용수를 죽었다고 인정해야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박이웅 감독은 쉽사리 어느 인물의 편에 쉽게 동조하지 않는다. 다만 배우들의 얼굴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보여주려 할 뿐이다.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윤주상과 양희경 배우뿐만 아니라 영화 속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얼굴로 우리를 설득한다. 당신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얼굴은 누구일까.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류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