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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한 채> 프리뷰 - 공간, 거리, 사람들

 

공간, 거리, 사람들

 

문호와 고은 부녀와 도경과 사랑 부녀는 아파트 청약을 위해 고은과 도경을 부부로 위장시킨다. 문호와 고은, 도경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한 식구 행세를 하며 도경의 집에서 함께 생활한다. 가까워진 생활반경만큼이나 세 사람은 서로의 삶속으로 점차 파고 들게 된다. 과연 이들은 청약에 당첨될 수 있을까, 만약 이 위장한 가족이 새 집을 얻게 된다면 이들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이들의 팍팍한 삶은, 이들의 거주하는 공간과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가. <한 채>는 그것을 공간과 그 안의 사람들을 차근차근 담아내는 방식으로 보여준다. <한 채>에서 카메라는 많은 순간 다양한 것들에 가로막혀 있다. 무언가가 인물들의 형체를 가리고, 인물들은 어딘가에 갇혀있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다른 사물들이 인물에 앞서고, 인물들을 엿보는 것처럼 여겨지는 쇼트들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 채>는 공간, 특히나 개인에게 가장 내밀한 장소인 ''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연출자들이 그것에 대해 오래 고민해온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공간이 만들어낸 미묘한 거리감은 (당연하게도) 인물들 사이에도 적용된다. 서로의 몸이 가깝고 멀어지는 물리적인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들 간의 공기를 영화는 담담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상황이 만들어낸 감정과, 무어라 쉽게 환원할 수 없는 사람들 간의 관계성을 밀도 있게 포착해낸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