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족
오오극장 9주년 기념전에서 먼저 만나보았던 <딸에 대하여> 가 정식 개봉으로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2017년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딸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원작 소설과 마찬가지로 엄마에게는 별다른 이름이 붙여지지 않고 그저 엄마 역으로 등장하는 것이 특징적이다. 딸이 자신의 연인을 데리고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모녀는 서로를 마주하게 되고, 그런 딸을 엄마는 이해할 수 없다. 함께 사는 공간인 집에서 엄마의 감정은 굉장히 억제되어 있는데, 엄마가 자신으로 살아가는 순간으로 보이는 곳은 요양보호사로써 일하는 일터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홀로 늙어가는 ‘제희’를 본인의 집으로 데려오기로 한다. 마치 자신이 이해할 수 없었던 딸의 선택처럼. 모녀는 낯선 타인들을 가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낸다. 이해할 수 없었던 순간들도 낯섦과 불편함을 통해 전복시키며 전향적으로 나아간다. 개개인의 삶 전부를 이해할 순 없더라도 천천히 가족이 되려고 하는 순간, 그냥 가족이 된다. 그 앞에 다른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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