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상영작 프리뷰

<문경> 프리뷰 - 여행과 영화, 낯선 세계를 낯선 시선으로

 

여행과 영화, 낯선 세계를 낯선 시선으로

 

여행과 영화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단 여행과 영화 모두 낯선 세계로 떠나는 과정이다. 우리는 여행을 보통 우리가 익숙지 않은 곳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우리는 쉽게 체험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한다. 그렇다면 영화는 어떤가?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것은 감독이 만든 스크린 속의 어떤 세계로 떠나는 일이다. 이곳은 익숙할 수도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은 대개 감독, 혹은 작가에 의해 창조, 혹은 재창조된 세계이다. 그러니까 감독의 시선이 반영된 새로운 세계이다. 그 세계의 낯선 감각이 우리를 영화적인 마법의 순간으로 이끈다. 이러한 측면에서 여행과 영화는 닮아있다.

 

신동일 감독의 신작 <문경>은 회사 생활에 대한 피로로 동료의 연고지인 문경으로 떠난 주인공 문경이 그곳에서 겪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도시에 피폐한 도시 환경에 신물이 난 주인공이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휴양의 시간을 즐기는 여행 영화의 플롯 구조를 거의 그대로 따라간다. 이 영화는 도시에서의 주인공 문경의 서사를 먼저 보여주고 그녀의 시선에서 문경이라는 지역의 여행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저 영화가 이렇게만 전개된다면 관습적인 것에 불과한 여행영화로 밖에 비춰질 수 없겠지만 이 영화는 다른 어떤 시선을 첨가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롭게 느껴지는 장면은 바로 강아지들의 시선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가끔 개의 시선으로 푸른 색만이 강조되는 흑백 장면들이 나타난다. 이러한 장면들은 영화 내내 초록빛 산천을 넓게 보여주는 스코프 화면에서 벗어나 독창적인 이미지를 포착한다. 이러한 방법론은 무엇보다 자타불이를 강조하는 불교의 생명윤리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계급이 팽배한 도시 사회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들이 평등한 자연으로 되돌아가는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낯선 시선으로 이 낯선 세계속으로 들어간 우리는 역설적으로 현실을 달리 본다. <문경>을 보고 나면 우리도 주인공 문경처럼 현실의 여러 문제들에 더 초연할 수 있게 되는 느낌이다. 어떤 영화는 우리가 영화를 보는 행위의 이유를 다시 한번 깨우치게 한다. 나는 <문경>이 진실로 그런 영화임을 믿는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