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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진주의 진주> 프리뷰 - 지나온 곳들에 대한 기억

 

지나온 곳들에 대한 기억

 

<진주의 진주>는 영화 <잔칫날>로 화제를 모은 김록경 감독의 신작이다. 이야기에 대한 섬세한 태도가 돋보이는 영화 <잔칫날> 이후 김록경 감독은 깊은 페이소스가 돋보이는 한 지방 지역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진주의 진주>는 당장 다음주 촬영을 앞둔 영화 감독 진주가 철거된 촬영 장소를 대신할 공간을 경남 진주에서 찾고 철거 예정인 이 공간을 지역민들과 함께 지키려 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영화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사라지고 있는 과거의 공간들에 대한 한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지지 않는 지역민들 서로에 대한 정이 돋보인다.

 

영화 <진주의 진주>가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제목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진주’라는 명사를 두 번 반복하고 있다. 영화의 맥락에 따르면 ‘진주’라는 것과 ‘진주의 진주’라는 제목은 각각 세가지로 읽을 수 있다. ‘진주’는 영화의 주인공인 인물 서진주, 영화의 배경이 되는 지역 진주, 그리고 보석의 한 종류인 진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진주의 진주’는 영화의 주인공인 진주가 가지고 있는 진주와도 같은 것, 그리고 영화의 배경인 진주에 있는 진주 같은 공간, 그리고 진주가 생각하는 진주라는 지역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다층적으로 읽을 수 있는 제목처럼 영화 역시 ‘진주’라는 단어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진주의 진주>는 진주에서 찍은 지역 영화이다. 진주라는 지역을 비추며 진주 지역의 예술인들, 그리고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혹은 존재했던 공간들을 포착한다. 서울보다 열악한 환경, 그럼에도 지역을 사랑하고 활발하게 지역에서 활동하려는 예술인들과 그들을 품어준 공간들. 영화를 보다 보면 진주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의 지역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지역의 예술인들과 그들을 위한 공간을 생각하고 성찰하게 한다. 또한 예술인들을 위한 공간들 뿐만 아니라 잊혀지고 사라지는 지역의 오래된 공간들, 그것을 매개로 하여 전달되는 깊은 페이소스 역시 이 영화는 가지고 있다.

 

<진주의 진주>는 우리의 기억을 계속 건드리는 영화다. 진주라는 지방의 지역을 통해 우리 고향에 있던 공간들을 계속 상기시키고 그것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영화이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기억장치의 특성 역시 지닌다고 생각한다. <진주의 진주>를 통해 우리 과거 속에 잠자던 소중한 우리의 공간을 다시 한번 떠올려 보는 것은 어떨까?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