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리건적 사랑
서울 연고 공동화 정책으로 1996년 당시 서울에 연고를 두었던 두 구단(일화 천마, 유공 코끼리)을 비롯해 LG 치타스는 타지로 이전한다. 새 연고지는 안양이었다. 이 정책의 명분은 2002 월드컵 유치와 지방 축구 활성화에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사실상 ‘월드컵 유치’만이 유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수도인 서울뿐 아니라 지방을 비롯한 전국에 축구 인프라가 갖춰져야 했던 월드컵이 끝나자 그 사이 빅클럽이 되었던 안양 LG 치타스는 2004년 다시 서울로 연고지를 옮기고 팀 이름을 FC 서울로 개명한다. 수도를 중심으로 한 개혁에 안양 LG 치타스 서포터즈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팀을 잃는다.
<수카바티: 극락축구단>(이하 <수카바티>)은 안양의 축구팬들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이야기다. 근래에 쏟아지고 있는 축구 다큐멘터리들과는 달리 <수카바티>는 구단과 선수가 중심이 아닌, 서포터 중심으로 축구를 논한다. 90년대부터 활동하던 안양서포터즈 연합 RED의 일원들을 중심으로 <수카바티>에 등장하는 서포터들은 자신의 축구에 대한 사랑을 몸소 보여주며 때에 따라서는 타팀에 욕설을 퍼붓고, 경기장에 난입하는 훌리건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훌리건’이라는 단어에 내포되어있는 극적인 열광은 국내축구에는 근래에 더 이상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번 2024 시즌 K리그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가 경기 도중 FC 서울의 골키퍼에게 물병을 대량 투척해 단체로 징계를 받아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미디어가 미치지 않은 곳에서 그들은 물병으로 티셔츠를 만들며 자신의 팀을 위해 물병을 던질 수 있는 애정을 물질화시키기도 한다. 물론 폭력은 용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지만 자신의 팀을 응원하다 보면 종종 참을 수 없는 애정에 휩싸이게 되는 ‘훌리건적 사랑’에 대해서 <수카바티>는 감응하고, 긍정한다. 결국 이러한 사랑의 형태는 2013년 FC 안양의 창단으로 이어지는데 구단의 창단이 가능했던 가장 큰 지분을 <수카바티>는 사랑할 대상을 잃어 방황하던 안양 서포터즈 연합 RED의 응집력으로 해석한다. FC 안양의 창단은 훌리건적 사랑의 결실인 것이다.
그렇게 다시 극적으로 열광할 대상을 찾은 안양의 서포터즈는 새로운 세대와 함께 자신의 사랑을 이어 나간다. <수카바티>의 끝은 2019 시즌이다. 카타르 월드컵으로 잘 알려진 조규성이 안양에 있던 시절, FC 안양 서포터즈는 K리그2에 속한 자신의 팀이 열심히 축구만 해줘도 좋다고 하는 동시에 승격에 대한 열망을 조심히 품는 것처럼 보인다. 아직 승격을 성공하지 못한 FC 안양은 현재 2024 시즌 전반기를 지난 시점 1위로 다이렉트 승격을 노리고 있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류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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