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애국에 타라
미투 시국과 함께 페미니즘 여성 영화의 바람이 불 때, 나에게 가장 반짝였던 영화는 <핑크 페미>였다. 재치 있고 용감하다는 표현 밖에 붙이지 못하는 나지만 그만큼 영화가 주는 새로운 연출과 기획은 달랐다. 그 핑크 페미의 주인공 남아름 감독이 긴긴 제작 과정을 지나 첫 장편 작품, <애국소녀>로 돌아왔다.
단편이었던 전작의 이야기는 페미니스트 어머니와 나 (감독)를 중심으로 거대한 페미니즘 담론 속 개인을 새롭게 긍정하는 동시에 반성하는 작업으로 볼 수 있었다면, 이번 작품은 386세대인 감독의 부모님이 카메라 앞에 전면으로 담겼다. 행정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마음으로 모범 공무원이 된 아빠와 세상의 불합리함에 투쟁하는 여성인권 운동가 엄마. 감독은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부모님의 삶 속에서 해결하고 싶은 스스로의 감정들을 발견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적 다큐멘터리 속에서 관객은 과거로 돌아가 영상에 담긴 어린 시절의 ‘나’가 될 수도, 그 캠코더를 들고 있는 ‘누군가’가 될 수도 있다. 충실하게 현대사를 되짚으며 등장하는 수많은 장면들을 지나며, ‘특별한’ 가족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는 과정을 밟아간다. 그 과정의 끝은 결국 ‘나’ 조차 이 사회를 책임져야 할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소녀일 수 없는 걸 알지만 여전히 묻고 싶은 게 많다. 존경했던 아빠의 속내를 어떻게든 담고 싶었던 이유는 그 속에서 답을 발견하고자 했던 감독의 노력이다. 길고 긴 작업 과정 속에서 감독은 어떻게든 답을 찾아냈고, 그것으로 애국소녀의 이야기는 끝난다. 그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 궁금해지는 감독과 작품. 그 빛나는 답을 함께 마주하길 바란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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