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두기 위해서
영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라는 제목은 오묘하다. 그 오묘함은 ‘오래된 미래’라는 이상한 표현에서 기인한다. 유의할 게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 이상한 이유는 두 단어(오래된, 미래)가 갖고 있는 의미가 불화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미래가 오래되었다는 것이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남겨둔다면 미래 또한 자연스럽게 오래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에 걸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미래를 항상 새로운 것으로 상상하는 방식 때문일 테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는 ‘도시’를 주제로 두고 그러한 상상력을 문제시한다. 촬영의 주요한 배경은 인천이다. 인천에는 식민지 조선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는 건물을 지우는 재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시간이 축적되면서 만들어진 “터의 무늬”가 오직 자본의 논리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영화의 주요한 인물들은 이러한 재개발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재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적은 도시의 재생(再生)이다. 도시의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두고 영화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과거 구도심의 기억을 갖고 있는 운송기사부터 재생을 모범적으로 실현하고 있는 일본의 건축가 그리고 아파트 개발업자까지. 내가 눈치 채지 못한 것일지 모르지만, 이 과정이 논리정연하지는 않다. 그러나 오히려 이렇게 논리정연하지 않은 순서 덕택에 영화를 보는 우리들은 마치 ‘도시 재생’을 공부하는 사람처럼 이야기를 잘 따라갈 수 있다.
물론, 이 영화가 원리적으로 오래된 것을 보존하자는 영화는 아니다. 시간이 축적된 것 자체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개연적으로 빈곤을 낭만화하곤 하는데, 이 영화의 방향이 결코 그러한 태만함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영화의 중반부 건축가 이의중은 자신이 참여한 재생 건축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기존의 백 년을 지켜왔던 건축적 요소와 새롭게 보강된 건축적 요소가 잘 어울리면서 하나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 다음 세대가 볼 때도 가치가 있다, 지켜야겠다, 이런 생각들이 들 수 있도록 공간을 계획했어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그리고 재생(再生)으로의 전환은 ‘무분별한 재개발’의 과정 사이에 혹은 그에 앞서 ‘남겨둘 만한 것은 없을까?’의 질문을 제기한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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