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잘못 명명한다는 것
승주(이주승)는 방송국에 납품 의뢰를 받은 가나 난민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편집한다. 그 다큐멘터리는 게다가 승주가 연출한 것이 아니다. 조연출로서 승주는 편집 막바지에 인터뷰이들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을 잘못 명명한다. 그들의 이름은 가나의 유명 축구 선수인 조던 아예우, 안드레 아예우가 된다. 팩트가 중요하다는 다큐멘터리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승주와 그의 동료인 영태(구성환)는 다시 이름을 잘못 사용할 위기에 처한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결혼식을 찍으러 간 그들은 현지에 사는 연출인 유라(박 루슬란)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 파장으로 인해 결혼식에 늦게 된다. 회사에선 무조건 영화를 찍어오라는 압박에 그들은 결혼식을 연출할 결심에 이르지만 어디를 보아도 결혼을 하지 않은 고려인을 찾기 힘들다. 결국 승주는 고려인 신랑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그의 이름은 ‘다우렌’으로 다큐멘터리가 진행될 동안 명명된다.
<다우렌의 결혼>에서 이름을 잘못 명명한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은 다큐멘터리적 사실에 허구라는 균열을 낸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승주가 다우렌이라는 이름으로 연기를 시작하자 그들이 찍는 고려인 결혼식의 다큐멘터리는 사실상 픽션이 된다. 승주는 다우렌으로 세계의 내부에 머물며 연출가로서 외부에 있었을 때 쉽사리 감응하지 못했던 것을 경험한다. 그는 사실을 찍는 것을 넘어서 픽션을 통해 세계를 체험한다. 승주와 아디나의 결혼 체험은 그렇게 카메라 외부와 내부의 간극을 좁힌다.
<다우렌의 결혼>은 은연중에 창작자와 대상의 거리를 의식하는 듯 보인다. 모든 방송국 다큐멘터리가 그렇진 않겠지만 종종 그들의 화면 속 대상들에게선 벽이 의식된다. 서구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양의 왜곡된 모습인 오리엔탈리즘의 오류는 자신의 기준에 맞춰 타자를 보는 것에 있을 것이다. 대다수 이해되는 범주에서 찍어야만 하는 방송 다큐멘터리는 타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신비화한다. 그 신비화는 나와 너가 다름을 기본적으로 전제하는 것이다. <다우렌의 결혼>은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너’를 체험하는 것의 중요성을 은연중에 암시한다. 그러기 위해선 때로 허구를 동원하더라도 상관없다. 아디나와 그의 세계를 감응하기 위해 승주의 이름이 다우렌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말이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류승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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