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의지
지난 오오극장 개관 8주년 특별전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다섯 번째 방’ 이 정식 개봉한다. 감독은 경상도의 장녀로 살아오며 겪은 가족과의 불화, 가정폭력 그리고 엄마 ‘효정’ 이 스스로 주인된 공간을 찾기 위해 투쟁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버지니아 울프는 일전의 저서 <자기만의 방>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거나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효정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 활동을 시작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듯 보이나, 이러한 변화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편은 불쑥 불쑥 효정의 공간을 침범하려고 시도한다. 감독은 부모의 불화와 폭력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집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고, 평화로운 동시에 또 위태롭기도 한 가족의 순간을 포착하며 현실의 갈등을 직시하고 이해하기 위한 시도로 삼는다.
그래서 엄마는 과연 자기 만의 방을 가질 수 있을까? 자신을 가두던 가족의 역할에서 벗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하는 엄마의 의지와 내밀한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어 대담하게 내보이는 감독의 의지. 두 사람의 큰 에너지가 만나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깊은 감상을 불러 일으키는 사적 다큐멘터리라고 소개하고 싶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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