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to not to be strong
국가인권위원회의 15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 작품은,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했던 3명의 캐릭터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남들 다 가본 수학여행을 뒤늦게나마 가보겠다는 계획으로 제주도로 출발한 일행은 제대로 즐기거나 놀기보다는 귤밭에서의 노동과 카드빚과 불안한 미래에 대한 고민과 걱정으로 이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 속에서 다뤄지는 아이돌의 인권 침해 문제는 이미 다양한 매체를 통해 조명되어 왔고, 그에 따라 환경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나 여전히 대형 기획사가 아니라면 경제적인 착취나 일상적으로 요구받는 성적인 문제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남궁선 감독은 전작인 <십개월의 미래>에서 임산부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주제로 하면서도 유쾌함과 밝은 에너지를 담아냈는데, 이 작품 또한 그런 감독의 연출 방식이 돋보인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푸른 바다와 해안 도로를 달리는 상쾌함과 캠프파이어를 즐기는 그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희망이 일렁이는 것 같다. 극 중 캐릭터들의 대사 속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위태로움은 극 후반부에 자아를 인식하고 생의 의지를 확인하게 되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마냥 달갑지만은 않은 여행일지라도, 잠시 쉬어가는 순간을 찾는 이들에게는 확실하게 힘을 주는 영화. 그리고 극 중 캐릭터들에겐 꼭 힘을 내지 않아고 된다고, 강해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싶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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