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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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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츄어리> 프리뷰 -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을 믿는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힘을 믿는 사람들  '생츄어리'는 회귀 불능의 야생동물이 살아갈 수 있는 시설을 의미한다. 영화는 국내에는 현재 '생츄어리'라 부를 수 있는 시설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을 역설하며 극을 시작한다. 이후 펼쳐지는 이야기는 '생츄어리'의 설립을 소망하는 사람들에 관한 것이다.  생츄어리>는 자신의 이야기가 죽음에서부터 출발한, 혹은 죽음에 대한 것임을 명백히 드러내려는 듯 수많은 죽음들을 또렷이 응시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카메라가 그러한 것처럼, 죽음의 모든 과정을 정면에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음을 제시한다. 미약한 숨소리가 잦아들고 그 사체가 수습될 때까지, 무수히 많은 죽음의 과정을 마주한 사람들은 간절히 '생츄어리'를 소망하게 된다. '생츄어리'를 꿈꾸는 이들은..
<다섯 번째 방> 프리뷰 - 두 여자의 의지 두 여자의 의지 지난 오오극장 개관 8주년 특별전을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던 ‘다섯 번째 방’ 이 정식 개봉한다. 감독은 경상도의 장녀로 살아오며 겪은 가족과의 불화, 가정폭력 그리고 엄마 ‘효정’ 이 스스로 주인된 공간을 찾기 위해 투쟁하는 순간을 그려낸다. 버지니아 울프는 일전의 저서 에서 여성이 작가가 되거나 소설을 쓰기 위해서는 돈과 자기만의 방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효정은 직업을 가지고 사회 활동을 시작하며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듯 보이나, 이러한 변화를 쉬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남편은 불쑥 불쑥 효정의 공간을 침범하려고 시도한다. 감독은 부모의 불화와 폭력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집 구석구석을 카메라에 담고, 평화로운 동시에 또 위태롭기도 한 가족의 순간을 포착하며 현실의 갈등을 직시하고..
<늦더위> 프리뷰 - 청춘의 풍경 청춘의 풍경 다 보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영화가 있다. 을 공동 연출한 서한솔 감독의 신작 가 그렇다. 는 32세 남성 동주가 8년간 준비한 공무원 시험에 떨어져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로드무비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방황하는 주인공 동주의 모습과 함께 우리나라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여준다.  는 굉장히 보편적이면서도 평범한 남자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의 주인공인 동주는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는 30대 초반 남성이다. 이제는 거의 관습적으로, 혹은 강박적으로 주인공에게 특수성을 부여하려고 하는 한국 독립영화의 요즘 세태에 비추어 본다면 꽤 이례적인 설정이다. 또한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주인공의 불행에 대한 공감을 강요하지 않는다. 소위 “불행 포르노”라고 비판받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