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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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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오색의 린> 추천사 - 사적인 이미지는 영화로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사적인 이미지는 영화로서 어떻게 기능하는가  은 이원우 감독 본인이 새로 산 카메라를 테스트하던 도중 도롯가에서 마차를 끄는 말을 만나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잠시 쉬고 있는 듯한 ‘깜상’이라는 이름의 말은 도시라는 공간에서 배설을 하면 안 되기에 먹거나 마시지 못한 상태다. 이원우 감독은 예상치 못한 만남에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도 못한 채로 깜상에게 카메라를 대는 것처럼 보인다. 목적성이 부재한 흐트러진 이미지는 그렇게 애정의 이미지가 된다.  깜상과의 만남처럼 이러한-영화적 목적이 없는 형태로서의-순수함을 간직한 이미지들을 에서 당신은 종종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당신이 갑자기 옆 사람과의 순간이 소중해지거나, 해가 지는 노을이 아름다워 휴대폰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와 본질적으로 같을지도 모..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 프리뷰 - 남겨두기 위해서 남겨두기 위해서 영화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라는 제목은 오묘하다. 그 오묘함은 ‘오래된 미래’라는 이상한 표현에서 기인한다. 유의할 게 있다.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이 이상한 이유는 두 단어(오래된, 미래)가 갖고 있는 의미가 불화하기 때문일 터이다. 그런데 미래가 오래되었다는 것이 항상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남겨둔다면 미래 또한 자연스럽게 오래된 것일 수 있다. 그러므로 ‘오래된 미래’라는 표현에 걸린다면, 그것은 우리가 미래를 항상 새로운 것으로 상상하는 방식 때문일 테다.   그리고 〈아주 오래된 미래도시〉는 ‘도시’를 주제로 두고 그러한 상상력을 문제시한다. 촬영의 주요한 배경은 인천이다. 인천에는 식민지 조선부터 한국전쟁까지의 시간을 담고 있는 건물을 지우는 재..
<다우렌의 결혼> 프리뷰 - 이름을 잘못 명명한다는 것 이름을 잘못 명명한다는 것 승주(이주승)는 방송국에 납품 의뢰를 받은 가나 난민촌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편집한다. 그 다큐멘터리는 게다가 승주가 연출한 것이 아니다. 조연출로서 승주는 편집 막바지에 인터뷰이들의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그들을 잘못 명명한다. 그들의 이름은 가나의 유명 축구 선수인 조던 아예우, 안드레 아예우가 된다. 팩트가 중요하다는 다큐멘터리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승주와 그의 동료인 영태(구성환)는 다시 이름을 잘못 사용할 위기에 처한다. 카자흐스탄의 고려인 결혼식을 찍으러 간 그들은 현지에 사는 연출인 유라(박 루슬란)가 교통사고를 당하자 그 파장으로 인해 결혼식에 늦게 된다. 회사에선 무조건 영화를 찍어오라는 압박에 그들은 결혼식을 연출할 결심에 이르지만 어디를 보아도 결혼을 하지 않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