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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로호> 프리뷰 - '남한'의 풍경 '남한'의 풍경 파로호, 한국전쟁 당시 국군은 중공군 몇 만의 시체를 이 호수에 버렸다고 한다. 파로호의 물고기들은 시체를 뜯어 먹고 자랐다고, 그래서 인근 주민들은 파로호에서 잡힌 물고기를 먹지 않았다고 한다. 도처에, 죽음이 가득하다. 알프스 모텔, 현재 파로호에 위치한 이 모텔은 한 남자와 노모가 운영한다. 노모는 치매에 걸렸고, 건강하다. 이 모텔에서 몇 달 째 몇 명이 목을 맸다. 배관에 목을 매었나? 복도에는 물이 뚝뚝 떨어진다. 경찰은 남자에게 왜 보안 카메라를 바꾸지 않았냐고 묻는다. 죽임은 확정되지 않고, 그래서 죽음은 도처에 가득할 수 있다. 모텔 바깥으로 병사들이 걸어간다. 군화소리. 위수지역의, 죽음으로 가득한 모텔. 으스스하고 기이하고 건조하지만 어디선가 물이 뚝뚝 떨어지는. 도처..
<녹턴> 프리뷰 - 대화가 통하는 순간 대화가 통하는 순간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피아노 연주가이자 클라리넷 연주가인 은성호 씨. 큰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을 모두 쏟은 엄마. 형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하나씩 늘어났던 동생. 은 이 가족의 이야기를 2008년부터 11년 동안이나 담아내고 있어 각자의 입장을, 마음을, 감정을 온통 느낄 수 있는 영화이다. 어머니 손민서 씨와 은건기 씨의 날이 선 다툼이 이어지던 장면에서 누구의 편도 쉽게 들 수 없었던 건 다름 아닌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은 음악 영화이면서 동시에 장애 가족을 둔 이들이 마주하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일상적인 모습에, 솔직한 은성호 씨의 말들에 웃게 된 장면도 많았지만 속상하고 답답한 순간도 있었다. 은성호 씨는 어머니가 옆에서 눈물을 흘려도 그저 이..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이연 배우전> 추천사 - 이연의 이름 이연의 이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누워 자는 자매, 발로 치는 장난, 도어락 버튼이 마구 눌리며 평안함이 깨지던 순간. 짧은 오프닝 장면을 시작으로 (2022)은 제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물론 영화의 아주 사소한 부분에까지 숨어있는 디테일을 찾아내는 재미도, 낮은 채도에서 오는 미묘한 분위기도 모두 제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가 되어주었지만. 가장 큰 이유를 들자면 저 장면을 제게 와닿게 만들어 준 어떤 배우의 표정과, 시선과, 목소리와, 매력적인 마스크 때문이겠지요. 그러니 결국 이 추천사는 그 배우를 향한 사랑 고백처럼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소년심판 백성우.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의 이름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백성우이기 이전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표정의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