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

(239)
<성적표의 김민영> 프리뷰 - 갈림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기 갈림길에서 '우리'를 바라보기 마침내 수능이 끝난 날. 금세 깜깜해져버린 겨울의 하늘을 뒤로하고 낯선 운동장 흙바닥에 힘없이 발을 내디디며 느꼈던 그 길 잃은 기분이 여전히 선명하다. 우리 모두가 서로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기억할 만한, 마냥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성년 언저리의 감각. 어리둥절하면서 어쩐지 억울하기까지 했던 스무 살 무렵의 그 어설픈 마음을 상기시키는 이야기의 조각들. 에는 그런 것들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 보편의 감정을 동력으로 삼아 영화는 섬세하고도 담담한 리듬으로 러닝타임을 가로지른다. 정희는 민영에게 서운함을 느끼고, 민영이 보여주는 자기모순의 면모가 종종 우스꽝스럽다. 민영에게는 정희가 답답하고 부담스레 느껴진다. 민영은 가끔 자신이 한심스럽고, 정희는 막연함 속을 부유한다..
<작은새와 돼지씨> 프리뷰 -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예술 ‘작은새와 돼지씨’는 삶과 그 속에서 자연스레 나타나는 예술에 대한 감각을 따뜻하고 섬세하고 그려낸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제목에 대한 아이디어를 부모님의 연애편지에서 가져와 두 사람의 일상에서 보여지는 예술의 과정부터 같은 이름의 전시회를 열기까지의 모습들을 카메라 안에 담았다. 그림을 그리는 작은새와 시를 쓰는 돼지씨를 바라보는 감독은 가족으로서 바라본 두 사람 뿐만 아니라 독립적이고 다양한 모습을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 두 예술가를 조명하려고 한다. 나와 평생을 함께해온 인물의 내밀한 모습과 생각을 카메라로 따라가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영상의 깊이와 연출을 고민하며 만든 결과물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같이 흘러온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만든다. 건조..
<말아> 프리뷰 - 다 좋아질 거야 다 좋아질 거야 TV나 인터넷의 뉴스란에서 “일상 회복” 같은 단어와 종종 마주칠 때마다, 언제부턴가 생각한다. 일상이라는 게 언제부터 회복해야만 하는 것이 되었나. 그럼 혹시, 회복되지 못한 일상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니게 되는 건가? 회복한다는 건 상처받았다는 것에 근간을 둔 워딩일 텐데, 요즘은 스스로의 상처에 대해 무언가 회복해야 한다는 자각조차 잘 생기지 않는 것 같다. 질문, 상처에 익숙해지는 게 좋은 걸까, 아니면 상처를 잊어버리는 게 좋은 걸까. 방구석 비대면 면접에도 압박면접이라는 것은 존재하나보다. “워드랑 운전 말고 잘하는 게 뭐에요?” 라는 조막만한 모니터 속 면접관의 조막만한 질문에, 주리 (심달기) 는 “저는... 김밥을 잘 말아요.” 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나는 면접관이 듣고 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