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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방울을 그리는 남자> 프리뷰 - 광인과 시인 광인과 시인 한 화가가 있습니다. 그는 1971년 첫 번째 물방울을 그린 이후로, 단 한 번도 다른 것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이에 대해 그의 아들이자 의 감독인 김오안은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물방울을 하나 그리는 건 하나의 구상이지만, 백 개 또는 천 개의 물방울을 그리는 건 계획이라 할 것이다. 하지만 만 개의 물방울을 십 만 개의 물방울을 그리려면 어떤 사람이 되어야 이런 종류의 예술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단순한 인내심이 필요한가? 엄청난 야심일 수도 있을까? 어쩌면 조금 미쳤을까? 아니면 강렬한 신비로움인가?” 그리고 프랑스의 한 철학자는 광인과 시인을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그의 구분에 따르면 광인은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 내에서만 다른 존재이고, 도처에서 닮음과 닮음의 기호만을..
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장영선 감독전> 추천사 - 침전해버린 즐거움을 찾아서 침전해버린 즐거움을 찾아서 분명 영화를 보는 즐거움에도 여러 종류가 있을 것이다. 그 다양한 즐거움 중에서, 장영선 감독님의 영화들만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의 고유한 색깔이 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자꾸만 이다음의 발화를 기다리게 되는 대화 장면. 로맨스의 핵심인 시선을 예리하게 잡아채는 세심함. 클리셰를 유쾌하고 영리하게 활용하는 방식. 장르의 관습을 단조롭고 진부한 것이 아니라 변용의 재료로 탈바꿈시켜 러닝타임을 가로지는 감각. 스크린 속 인물들이 터무니없는 행동을 실행해버릴 것만 같아서 조금쯤 떨리게까지 만드는 힘. 나는 이러한 것들이 감독님의 영화에 담겨있다고 생각하고, 이것들을 눈치 채고 곱씹는 것이 못내 즐겁다. 영화의 유쾌함을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은, 영화 속 세계가 공통적으로 가..
<기기묘묘> 프리뷰 - 죽음에 관한 4가지 담론과 반응 죽음에 관한 4가지 담론과 반응 제목 그대로 ‘기기묘묘’한 4편의 단편들이 한데 모인 영화 는 단순히 영화 속 세계가 기이하다는 공통점만 공유하지는 않는다. 의 단편들은 모두 죽음의 이미지가 도사린다. 거기엔 시체를 묻어주려는 시도를 하고(불모지), 죽은 어머니의 유령을 보기도 하고(유산), 자루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기도 하며(청년은 살았다), 과거 어떤 죽음의 파장을 막으려고도 한다(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꽤나 거대한 담론부터 너무나 사적인 영역까지 에서의 죽음의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어쩌면 작품들 속 인물들이 감응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속 인물들은 자신 앞에 닥쳐오는 것들에 불안해하며, 더 나아가 두려워한다. 그리고 자신 앞에 놓인 사건들이 너무나 비가시적이라는 점에서, 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