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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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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 프리뷰 - 흔들리는 삶 속에서의 얼굴들 흔들리는 삶 속에서의 얼굴들 딸 하나를 둔 이혼남인 주인공 윤철은 조각과 인테리어 일로 근근이 삶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의 딸, 지나는 역시 그를 닮아 미술에 뛰어난 소질을 보이지만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한편, 윤철은 대학 강사로 일하는 영지를 만나 큰 호감을 느낀다. 그런 와중에 딸은 대학에 가는 것까지 포기하고 절에 들어가 스님이 되겠다고 선언한다. 영화 내내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고요하고도 격렬한 사건들은 그를 절대로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이 영화가 놀라운 부분은 이런 주인공 주변의 요동치는 상황들을 극화하지 않고 굉장히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 주변의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을 겪어내는 주인공의 내면이고 그 사건이 주는 여파의 ..
<경미의 세계> 프리뷰 - 언어가 끝난 자리 언어가 끝난 자리 당연히 언어는 영화보다는 문학에 어울린다. 또한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작동되는 영화는 언어를 가져올 수 있는 반면, 문학은 이미지를 가져올 수 없다. 근래의 한국문학에서 내게 가장 인상적인 요소는 여성의 ‘식이장애’와 관련된 것들이다. 한강의 부터, 현호정의 까지. 대부분의 이와 관련된 문학들은 자신과 세상사이의 어떠한 심적인 괴리로부터 자신의 신체가 제 기능을 발하지 못하는 구성을 취하고 있다. 의 수연(김미주)은 식이장애라기보다는 자신의 의지로 음식을 게워내는 자이다.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통제할 수단이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자각한 수연은 구토한다. 여기서 수연이 자신을 통제하는 행위는 에 있어 또 다른 형태로 발산된다. 수연은 상상한다. 수연은 자신의 신체뿐만 아니라, 세상을 자신..
<수라> 프리뷰 - 살아남기, 바라보기, 움직이기 살아남기, 바라보기, 움직이기 가 우리를 죄인으로 만드는 데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무기는 다름 아닌 아름다움이다. 이 영화가 역설하고 있는 아름다움이란 곧 공간을 매우는 존재들의 움직임인 듯하다. 그건 자신의 생활을 안온하게 이어나가고자 하는, 그리하여 다른 이의 생활도 그토록 안온하기를 꿈꾸는 존재들의 움직임이다. 감당할 수 없는 어려움이 닥쳐올 때에, 이들은 이따금 주저하더라도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을 기도하면서 조금 더 움직여볼 것을 결심한다. 각 쇼트가 담고 있는 저마다의 생명들, 그리고 그것들이 움트는 공간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들은 죄책감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 대신 그보다도 더 경이로운 사명감으로 무장하게 된다. 그건 가 존재들의 목마름을 가늠하며 그들 각자를 또렷한 목소리로 호명하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