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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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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프리뷰 - 우리에게 남은 것 우리에게 남은 것 우리에겐 같은 기억이 있다. ‘수학여행’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수년 전 어느 날이 떠오르는 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의 하은은 다리를 다쳐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세미는 하은과 함께 수학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결국은 혼자 떠나게 된다. ‘수학여행 다녀와서 꼭 맛있는 거 먹자.’ 세미가 하은에게 쓴 편지에 남은 약속은 여전히 약속으로만 남아있으리라는 걸. 우린 모두 알고 있다. 개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의 후기엔 하나같이 울음을 참지 못했다는 말들이 가득하다. 그건 아마 영화가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기억을 건드리기 때문일 거다. 수학여행에 들뜬 아이들이 옷을 사고 짐을 싸고 장기자랑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면서. “갔다 올게.” 건네는 평범한 인사를 보면서. 마치 내 고등학교 시..
<두 사람을 위한 식탁> 프리뷰 - 평행선 위에서 평행선 위에서 김보람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작품인 은 섭식장애를 주제로 다이어트와 외모지상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20대 여성의 삶을 단편적으로 들여다보는 대신, 그 내면을 한국 사회에서의 모녀 관계와 그것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아주 대범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전작부터 관심을 가져온 여성의 몸에 대한 시선은 이번 영화를 통해 더욱 확장되어 한국 여성의 삶에서 끈적하게 얽힐 수 밖에 없는 엄마와 딸 사이를 파고든다. 섭식장애를 가진 딸을 받아들이기 힘든 엄마의 말과 고통스러운 삶 속에서도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살기 위해 애쓰는 딸의 말은 영화 속에서 아주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는 듯 하지만 상옥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둘 사이의 관계는 평행선에 놓여있는 듯 보인다. 그래도 나란히 속도를 맞춰 그 평행선 사이에..
<믿을 수 있는 사람> 프리뷰 - 한영에 대하여 한영에 대하여 한국을 외국인 손님들에게 소개하는 일이 영광스럽고 보람되며, 또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고 싶습니다. 왜 관광통역안내사에 지원했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한영이 했던 대답이다. 한영은 한국에서 지낸 시간 동안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소개한다는 자긍심은 잊고 말았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어 잘 살게 된 것도 아니었다. 처음 이 일에 뛰어들었을 때 가졌던 마음은 모두 놓치고 면접 때 스스로 언급했던 관광통역안내사의 금기사항은 죄다 저지르게 된다. 그게 과연 한영의 잘못일까. 영화를 다 본 사람들은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감각. 그게 얼마나 춥고 외로운 것일까. 마치 핸디캡을 안고 시작하는 경기 같다. 체급 차이가 큰 상대와의 싸움 같다. 끝내 해결하지 못할 미션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