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현실의 접면
서사에 대해 말하자면,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의 강력한 플롯이 있기보다 여러 비그네트vignette의 합으로 이뤄져있다. 각 비그네트 간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기에 서사의 긴장이 강하지는 않다. 작지만 긴장을 주는 요소는 간간이 등장하는 시계와 그것이 나타내는 시간이다. 제목―〈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덕분에 화면에 비치는 시간이 영화가 끝으로 향하고 있다고, 종종 알려줄 뿐이다.
다만, 그렇다고 하여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가 긴장이 없는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긴장이 가득하다. 그리고 그 긴장은 서사가 아니라 영화의 여러 요소에서 발생한다. 각 비그네트 마다 근소하게 다른 카메라의 세팅이라던가, 배우의 얼굴과 동선, 또는 카메라가 놓여있는 위치 같은 것들. 플롯에 과하게 긴장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관객은 이 세부들의 차이가 만드는 감정을 누리고 조금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를 보면서 나는 뭔가를 알게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일종의 (나는 모든 좋은 영화의 속성인) 교육-영화처럼 느껴졌다. 영화를 통해 다른 것을 교육하는 영화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 (그 목적과 무관하게) 영화를 교육하는 영화. 그리고 〈5시부터 7시까지의 주희〉는 그 교육의 효과가 더 잘 감지할 수 있게 만드는 마법 같은 순간을 영화 말미에 간직하고 있다.
어떤 마법? 그 근사함을 빼앗고 싶지 않으므로 더 추상적으로 말해보자면. 영화는 현실을 꿈처럼 만들 수도 있고, 꿈을 현실처럼 만들 수도 있다. 현실과 꿈, 그리고 이 두 세계는 종종 만날 수도 있다.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배달부가 헤매는 학교는 이상할 정도로 복잡하(게 만들어져 있)고 거기 어딘가 낯간지러운 영화의 마법이 숨어있기도 하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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