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가장 영화적인 탐구
경상도에서 올라와 목수의 삶을 살고 있는 기홍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산다. 그저 일하고, 친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다가 집에 홀로 남아 남은 하루를 보내곤 한다. 그러다가 자신에게 생긴 어떤 기이한 일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그의 주변은 조금씩 어긋나게 된다.
괴인은 작년에 공개된 한국독립영화 중 가장 빛나는 영화였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받은 이 영화는 별거 아닌 것 같은 일들을 보여주는데도 굉장한 흡입력을 보여준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정공법을 사용하여 묵묵히 앞을 뚜벅뚜벅 걷는 듯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곡진 비탈길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영화는 담담하고 과장 없이 스크린 안에서 일어난 일들을 무뚝뚝하게 보여주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등장인물이 뱉는 말은 꽤 의외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스토리를 당황스러워하고, 이 영화를 좋게 본 사람들 조차도 이 영화의 스토리를 쉽게 요약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이것 때문이다.
이런 연출과 이야기의 부조화가 이 영화에서만큼은 큰 마력을 선사한다. 별볼일 없어보이는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우리를 끝까지 사로잡는다. 영화 내내 비호감인 주인공을 제시함에도 어느새 우리는 그 인물을 영화의 중심에 놓고 영화의 결말까지 따라간다. 주인공을 따라 영화를 보면서도 여러 인물을 만나게 되는데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는 구석 투성이이다. 인물과 인물이 만나 벌어지는 사건들도 예상 밖이다. 이렇게 조용조용하면서도 이렇게 흥미진진한 영화는 거의 처음이었다.
결국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우리의 일상 속 잔잔한 충격들이다. 우리가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행동만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니다. 이상한 일들은 자주 스치듯 지나가며 우리는 그 일에 의문스러워 하면서도 그저 지나가기만 할 때가 많다. 우리의 하루 조차도 한마디로 쉽게 요약되지 않는 것처럼 이 영화도 어떻게 한마디로 형언할 수 없는 어떤 나날들을 다룬다. 어찌 쉽게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탐구하는 것이 영화가 해야 할 일 아닌가? 따라서 나는 이 영화를 삶에 대한 가장 영화적인 탐구라고 말하고 싶다. 가히 올해 최고의 한국영화라고 불릴 만 하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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