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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프로그래머 초이스! <오우리 배우전> 추천사 - 오우리 배우님께

 

오우리 배우님께.

 

처음 배우님을 만났던 건 <송유빈은 못말려>라는 작품의 GV 자리에서였어요. 그러니 전 배우님을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먼저 만나게 되었던 셈이죠. GV를 들으며 배우이기도 하다는 감독의 다른 작품들을 궁금해하게 되었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그 뒤로 영화 속, 혹은 드라마 속에서 오우리 배우님을 마주칠 때마다 더 유심히 보게 되었던 게 오늘 이 자리의 시작이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 배우님을 몇 번째인지 모를 단편 출연작과 세 번째 연출작으로 만나게 될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배우님의 배우전을 기획하게 되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얼핏 보면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는 여러 인물이 배우님을 거치고 나면 모두 다른 사람이 되었어요. 같은 감정처럼 느껴질 때도 각 인물에 따라서 드러나는 표정이 미세하게 달라요. 역할에 따라 목소리의 높낮이도 다르게 사용하고, 서 있을 때의 자세와 걸음걸이에도 차이를 두더라고요. 시나리오 위에 단순히 글로만 쓰여있던 존재를 살아있는 누군가로 만드는 일. 그건 모두 배우의 몫이잖아요. 배우님이 은우와 수진이를 표현할 때, 그리고 쏭남(지옥만세)과 경민이(사라지는 것들)와 주연이(그녀들의 주기)와 그 밖의 모두로 살아갈 때 얼마나 깊이, 또 어떠한 방식으로 그 사람의 인생을 파고들었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영화 안에 배우로서 존재할 때와 감독으로서 존재할 때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를 대신 전하는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가에 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연출가가 자신의 세계를 다른 사람들에게 내어놓는 가장 신중한 방식의 말하기가 아닐까 싶어요. 오우리 감독의 영화를 본다는 게 어쩌면 인간 오우리의 세계를 만나는 거라는 생각이 들자 한 편, 한 편이 더욱 의미있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관객에게 내어준 세 편의 세계는 각기 다른 색채를 띠고 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오우리 감독의 다음 작품과 그 다음 작품이 자꾸만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배우님의 수많은 작품 중 세 편을 선정하는 일은 고민스럽기도, 또한 즐겁기도 했습니다. 한 해에도 몇 편씩이나 촘촘히 쌓은 출연작과 연출작들이 영화에 대한 배우님의 열정과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았어요. 오늘 유난히 궁금하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됐네요. 누군가가 궁금해진다는 건 결국 애정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애정 앞에선 어떤 귀찮음이나 번거로움은 맥을 추지 못하죠. 오늘 누군가는 추위나 자신과의 약속이나 다급한 일정을 미루어 두고 오오극장에 와주지 않겠어요. 그 마음을 가득히 받아가서 또 좋은 이야기를 하는 데에 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겨울의 대구에서 봬요.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박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