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정파적이지 않은
영화를 재밌게 보기 위해서라면 굳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관심이 역사에 있다면 〈서울의 봄〉(김성수, 2023)과 〈길 위에 김대중〉(민환기, 2024)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하나의 사건에 주목한 장르 영화와 연대기적 다큐멘터리라는 맥락에서 두 영화는 서로 다르지만 역사라는 지반 위에서는 충분히 쌍으로 놓인다.
〈길 위에 김대중〉을 경유하면 12·12는 두 남자의 싸움이 아니라, 민주화라는 발전 경로에서의 재앙으로 온당히 읽힐 수 있다. 12·12를 두 남자의 싸움으로 설정하는 게 영화에서야 충분히 문제 되지 않지만(설정 자체가 아무리 몰역사적이건 좋은 영화는 될 수 있으니까) 역사를 그렇게 이해하는 건 곤란할 터다.
〈길 위에 김대중〉은 청년 사업가 김대중이 정치에 입문하여 1987년 광주·목포 방문까지의 일대기를 담은 영화다. 이 영화에는 기존에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김대중의 영상이 많이 수록되어 있다. 그 장면 각각은 박물적인 관점에서 흥미롭다. 다만 여태 못 본 장면이 곧잘 영화를 흥미롭게 하는 건 아니다. 〈길 위에 김대중〉이 오히려 흥미로운 지점이자 대부분 잘 알지만 곧잘 잊는 것은, 이 영화가 그려내는 김대중이 철저한 ‘의회주의자’ 토크빌적인 관점에서 미국식 ‘민주주의자’라는 점이다. 개봉 시점이 다소간 이 영화를 과잉 정파적으로 독해하게 요구하지만, 〈길 위에 김대중〉을 꼭 그렇게만 볼 이유는 없는 이유다.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금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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