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원한다.
사람은 자신의 세계를 확장시켜준 사람을 절대 잊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퀴어 마이 프렌즈> 는 기독교인 성소수자 ‘강원’ 과 그의 삶을 카메라에 담고 이야기의 완성을 고민하며 달려온 ‘아현’ 의 다큐멘터리다. 두 사람은 한 기독교 대학 연극부를 통해 만났고, 대학교 3학년 강원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영화의 시작은 기독교인이면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어쩌면 아이러니한 강원의 모습을 담고 싶었던 단순한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이야기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성장하고 세계를 넓혀가는 감독 스스로의 변화를 다룬다. 성소수자가 존재할 수 없는 구조인 한국 군대 대신 미군에 입대하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강원은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한국이라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내보이고 곁을 내어주는 어려움을 깨닫게 되는 과정까지 안내한다. 과연 이 다큐멘터리가 어떻게 끝나게 될까. 방황하며 갈피를 잡지 못하는 순간들도 언뜻 보인다. 청춘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변질된 요즘, 이런 수식어가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원치 않게 실패하고 성장하며 시선을 넓혀가는 청춘영화는 이런게 아닐까. 더운 여름 가장 뜨겁게 투쟁하며 자기 자신을 만나는 모든 이,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하자고 손 내밀 수 있는 용감한 사람들을 위한 다큐멘터리.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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