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들기의 기쁨과 슬픔
<잔고: 분노의 적자>는 그 제목에서부터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듯 우리에게 비교적 더 익숙한 바로 그 영화의 원제를 따다온 것이다. <잔고: 분노의 적자>는 첫 시퀀스에서부터 이 영화가 <장고: 분노의 추적자>의 형식을 어떻게 빌려오고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며 호기롭게 시작한다. 언뜻 영화는 원본을 허술하게 따라잡는 것에서 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이 영화가 그 세계의 허술함을 스스로 인지하고 그것을 무기로 삼고 있다는 것을 쉬이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자신의 투박함을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승화시키고, 마침내 그 모든 장치들을 특유의 당당한 사랑스러움으로 치환시키는데 성공한다.
<잔고: 분노의 적자>의 가장 사랑스러운 지점은 다름 아닌 ‘영화 만들기’의 기쁨을 전달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전반부에 영화는 (특히 자본의 문제를 끌어들여) ‘영화 만들기’의 슬픔을 열거하면서 자조 섞인 블랙코미디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극이 전개될수록 관객들은 연출자가 영화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 또 영화를 만드는 과정을 얼마나 즐기고 있는지를 점차 느낄 수 있게 된다. 마침내 ‘영화 만들기’의 총체적인 기쁨을 스크린으로 마주할 때에, 관객들은 지금 발 디디고 있는 당장 이곳에서 같이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을 모아 영화를 만드는 일이 어떠한 형태로 연출자에게 가능했는지를 가늠해보면서, 종국에는 영화가 향유되는 전반적 과정에 대해 재고해볼 수 있게 된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김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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