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뮤직비디오도 만든다.
옛말에 세 사람만 있으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고 했다. 이 영화가 그렇다. 나쁜 뜻이 아니다.
세 사람이 모여 맨 바닥에 헤딩하듯 세상에 없던 무명가수의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듣도 보도 못한 인간으로 스스로를 지칭하는 감독이 영화과를 졸업한 이후 생존을 신고하기 위해 만든 이 영화는 누군가를 향한 애정과 마음을 어떤 형태로든 표현하고 만들어낸 흔적이다. 도대체 이 사람이 무슨 의미길래 이렇게까지 열심히 하냐는 질문 속에는 어쩌면 덕질의 무의미함 또는 덧없음을 내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촬영 세트를 준비하며 방구석에 세 사람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무언가에 골몰하고 있을 때 튀어나온 진심은 ‘평생 이렇게 살고 싶다’ 였다. 가삿말 하나로 멜로디 한 부분으로 사람의 마음을 동하게 한다는 것. 무엇보다 내 안에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동력이 되는 부분이 아닐까.
물론 모든 것이 처음인 세 사람 앞에 모든 일이 순조로이 진행될 리 없다. 무대, 의상, 소품 모든 것들은 세 사람이 발품을 팔아 만들었고, 말도 안되는 몽니와 우여곡절을 거쳐서 결국에는 3분짜리 영상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을 온전히 따라가다 보면 나도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무명가수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유명가수가 됐다. 세 사람은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었다. 그리고 또 무엇이 되었을지 궁금하다.
- 오오극장 관객프로그래머 임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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